“네거티브 담당인데 할 일이 없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여당 캠프 관계자의 말이다. 2012년 대선 당시 팀막내였던 그가 이번 대선에서도 네거티브팀에 재차 차출된 것은 능력 덕이다. 그는 “힘들여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야당 후보 공세 소재가 널렸다. 내용 정리만 해도 충분하다”며 웃었다. ‘실력 발휘는 언제하냐’고 하자 “설익은 것을 터트렸다간 역풍이 불 수 있다. 무리수는 판이 힘들 때 던지는 것이다. 지금은 안전하게 가자는 것이 캠프 기류”라고 말했다.
사실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으로선 내년 대선판은 쉽지 않다.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 수는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50%를 넘는다. 부동산 가격폭등은 빈부격차를 심화시켰고, ‘K-방역’은 최근 확진자 증가로 빛이 바랬다. 서민주거복지 개선을 위해 입법한 ‘임대차 3법’은 도입 1년 만에 전세 가격을 폭등시켰고, 최저임금 공약은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비판받았다. ‘문재인 케어’는 매해 건강보험료 부담을 증가시켰고, 남북 화해라는 국가·민족적 희망 역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가루가 됐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은 실패했다. 국민 과반은 정권교체를 희망한다. 그런데도 민주당 캠프 네거티브 담당은 ‘안전제일’이다. 어색한데 이유가 있다. 야당 복(福)이다. 반에서 1등하는 법은 간단하다. 2등 친구보다 한 문제만 더 맞히면 된다. 대통령 당선법도 비슷하다. 2등 낙선자보다 한 표만 더 얻으면 된다. 내가 실수해도 상대가 더 많은 실수를 하면 당선된다.
야당 지지율 수위 후보들만 보자. 윤석열 후보는 장모 법정 구속, 쥴리 해명 논란 외에도 120시간, 후쿠시마원전, 대구민란, 페미니스트 폄훼 발언, 돌발 입당까지 지지율 마이너스 요인이 넘친다. 최재형 후보 역시 ‘국민의 삶을 왜 정부가 책임지냐’는 발언 등으로 설화를 겪었다. 살벌한 당내 유력주자 홍준표 후보는 윤 후보와의 일전 불사 태세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후보 사이 벌어지는 갈등이다.
1987년 개헌 이후 당대표와 같은 당 대선 후보 사이 최근과 같은 직접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희룡 지사의 폭로로 나온 이 대표의 ‘윤석열 정리’ 발언은 사실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윤 갈등’이라는 맥락이 없었다면 원 지사의 폭로도 없었다. 당대표가 후보들과 배틀을 벌이자 당은 자중지란이다. 취임 100일도 안 됐는데 1년은 된 듯하다는 푸념도 나온다.
선거를 구성하는 요소는 인물·구도·바람 세 가지다.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은 셋 다 위기다. 당내 유력 대선후보가 없어 영입한 인사들은 설화가 잦고,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도작업’은 국민의당과의 협상 결렬로 실패했다. ‘11월도 괜찮다’는 해석은 기대다. 전망에 기대가 섞이면 예측은 오염된다. ‘공정’이 시대의 바람으로 떠올랐으나 이 역시 야당이 달성하기엔 너무 높은 추상 가치다.
최근 나경원 전 의원에게 ‘당 상황을 어떻게 보시냐’ 물었다. 나 전 의원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여당 네거티브 담당은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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