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헤드윅’ 예매율 47.1% 1위 자리

쉴새없이 터지는 애드리브에 웃고울고

마법같은 3시간 관객과 ‘조용한’ 호흡

“언니야 언니 왔다.” 무대 뒤에서 금발 머리를 흩날리며 마스크를 쓴 ‘언니’가 등장했다. 5년 만에 돌아온 ‘조드윅’(조승우+헤드윅). 짙은 눈화장 아래로 눈빛을 감춘 채 객석을 쓱 훑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한 마디 던진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니? 뭘 또 이렇게 많이 왔어. 이 시국에.”

‘코시국’(코로나19 시국)이 웬 말. 평일 오후에도 충무아트센터는 관객들의 길고 긴 행렬이 이어졌다. 공연계는 다시 ‘판’이 흔들렸다. ‘이 언니’ 때문이다.

제작사 쇼노트와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동반자 간 거리두기’로 객석의 70%를 오픈한 ‘헤드윅’은 연일 매진 행렬이다. “‘삼박자’가 맞았다”고 한다. 무대와 스크린, 안방극장을 오가는 전천후 배우 ‘조승우(사진)를 향한 팬심’, 13번의 시즌 중 6번을 참여하는 ‘조드윅을 향한 팬심’, 뮤지컬 ‘헤드윅’을 ‘사랑한 팬심’이 뭉쳤다. 실제로 2005년 초연한 ‘헤드윅’은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출발해 올해 1250석의 대극장으로 옮길 만큼 ‘찐팬’이 많은 작품이다. 예매율도 압도적이다. 8월 둘째 주 기준 ‘헤드윅’은 전체 뮤지컬 중 판매 점유율 47.1%를 차지하며 ‘적수 없는 1위’에 올라서고 있다. 그 중 20대 예매율은 42.2%에 달한다.

뮤지컬은 동독 출신 트렌스젠더 록가수 헤드윅의 이야기를 담았다. 무대는 ‘헤드윅의 일기장’이다. 학대를 견딘 어린시절, 실패하고 만 성전환수술, 몇 번의 사랑과 이별.... 그의 이야기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다.

팬데믹 속에서 찾아온 ‘헤드윅’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쇼노트 관계자는 “‘헤드윅’은 록페스티벌에 온 것처럼 관객들이 함께 일어나 즐기는 데다, 헤드윅과 객석의 소통이 중요한 공연인데 올해에는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이 수정됐다”고 말했다. 콘서트 장이나 다름없는 떼창과 함성도, 객석을 가로지르며 툭툭 내던지는 애드리브에 대한 반응도 ‘자제’를 당부했다. 눈치 없이 대답이라도 할라치면 ‘조드윅’의 호통이 먼저 날아온다. 이전과는 달라진 환경만큼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의 역할은 더 커졌다. 사실 이 작품은 러닝타임도 없이 헤드윅이 3시간 내내 혼자의 힘으로 무대를 이끈다.

‘조드윅’은 노련하다. 까칠하고 예민한 데다 어쩐지 화가 많아 보이는데, 그게 또 매력이다. 그는 관객을 손바닥 위에 놓고 마음껏 주무른다. 수위 높은 농담도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니 민망하지 않고, 걸쭉한 욕지거리도 일상 언어처럼 거슬림이 없다. 내면의 아픔은 목소리의 드라마로 풀어내니 객석은 금세 동화된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애드리브와 ‘코시국’을 빗댄 대사, 광고와 음악을 넘나드는 패러디마다 객석에선 웃음이 새나온다. 단순 패러디를 넘는다. 장면 장면마다 모사를 뛰어넘은 재창조가 등장한다. 미군 루터와 헤드윅의 첫 만남을 그린 장면은 대한민국을 들썩인 노래가 등장한다.

‘미국제’ 곰 젤리를 입에 넣는 순간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는 ‘곰 내려온다’로 변신.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각 맞춘 댄스는 조드윅의 과도하게 파워풀한 춤으로 승화됐다.

아름다운 머릿결의 비결을 묻는 비달 사순에게 “로레알을 쓰라”고 제안하거나, “이제 하이모로 시작하라”며 가발 광고 속 이덕화의 성대모사를 더한다. 독일 출신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조드윅’은 뮤지컬이 구축한 세계관도 충실히 이행한다. 요즘 ‘외제 맥주’에 빠졌다며 ‘파란색’ 카스 한 캔을 시원하게 따는 장면도 ‘깨알 재미’다.

울고 웃고, 노래하고 떠들기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헤드윅’은 일관된 방향성으로 나아간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묘미는 해방과 자유다. 엉뚱한 농담 속에서도, 명곡의 향연 속에서도 카타르시스가 도사린다.

열심히 웃음을 뿌리다가 편견과 차별 속에 난도질 당한 영혼이 곪은 상처를 드러내면 객석에선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이 터져 나온다. 대놓고 울 수도, 섣불리 위로할 수도 없던 헤드윅의 삶이 곁에 다가오는 순간, 그가 만끽한 자유와 해방도 마법처럼 전이된다. 뜨거운 감정들이 꽤 오래 이어진다. ‘헤드윅’은 조승우를 비롯해 오만석, 이규형, 고은성, 뉴이스트 렌이 연기한다. 공연은 10월31일까지.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