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산품의 기술적 차별성이 줄어들면서 사용자환경, 고객경험, 인상 같은 비기술적 요소가 날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요소를 반영해 제품을 설계·제조·포장·브랜딩 하는데 참여하는 게 디자인. 심미성과 사용성, 만족도를 높여 소비자의 구매 및 재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제품은 소비자에게 극대화된 효용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가치를 만들어낸다. 그 고객가치는 기업가치로 전환될 수 있다.
디자인은 ‘창의성과 혁신을 연결하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제화 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가 되도록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을 시각화된 결과물, 조형의 영역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품과 제품에 반영된 서비스의 가치를 새롭게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요즘 학자들의 주장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디자인은 산업의 중간재’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간재란 기계, 장치, 원부자재와 같은 생산에 사용되는 재화로 자본재 또는 투자재라고도 한다. 노동과 토지를 뺀 것이다. 이게 전통적 중간재 개념이다.
디자인은 법률상 ‘비즈니스서비스업’으로 분류된다. 노동 또는 용역의 요소에 가깝다. 여기에 인식의 함정이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디자인산업은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큰 중간재형 산업이다. 중간재 산업의 경쟁력 수준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디자인의 수준이 높으면 기업들은 같은 노력을 들이고도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디자인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간재이자 인프라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 투입요소는 아니지만 중간재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을 둘러보자. 하나같이 디자인산업 생태계가 부실하다. 기술적으로든 디자인적으로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디자인을 노동요소로 볼 게 아니라 ‘무형의 자본재’이자 인프라로 볼 때 제품의 가치가 높아지고 차별성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조금 오래된 숫자이지만 2011년 기준 ‘서비스 중간투입률’은 영국 55%, 독일 43%, 일본 34%. 우리나라는 19.7%였다. 이는 제조업에서 최종 부가가치 창출까지 디자인·광고 등 서비스가 중간재로 투입되는 비율을 말한다. 제조업 최종수요 부가가치에 서비스 중간재 부가가치를 나눠 값을 얻는다.
우리나라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디자인을 중간재로 보는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이 CEO들에게 요구된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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