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한-EU FTA 발효로 빗장 열린 후 10년
시장 잠식 초반 우려 딛고 “대단히 잘 선방” 평가
외국로펌 국내 사무소 33곳 상륙…현재는 28곳 남아
사업 이해도 등 국내로펌 경쟁력 여전히 우위란 분석
“영미로펌 공세 이어 이제 중국로펌 대비해야” 지적도
“이제 국내시장 방어 넘어 해외시장 진출 늘려야” 목소리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2011년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국내 법률시장의 빗장이 열린 이후 10년이 지났다. 외국 대형로펌들에 시장이 잠식될 것이란 초기 우려와 달리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호사 업계에선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국내 로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월부터 올해 7월 15일까지 10년간 설립 인가를 받은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총 33곳이다. 이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곳은 28곳이다. 3곳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설립 인가가 취소됐고, 2곳은 본점사무소의 소재국 변경을 위한 설립 인가 취소 등이 이뤄져 기존에 받았던 인가와 사실상 합쳐졌다.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법에 따라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한 외국변호사가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차린 일종의 외국로펌 국내 사무소다. 법률시장 개방 당시 외국로펌의 ‘전진기지’로 인식됐는데, 사무소 개설 10년도 채우기 전에 한국에서 짐을 싸는 곳들이 생겨난 셈이다.
국내 법률시장은 그동안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방이 이뤄졌다. 처음 빗장이 열렸을 땐 우려로 가득했다. 외국로펌의 파상 공세를 견뎌낼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한-EU FTA가 2011년 7월 1일, 한-미 FTA가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뒤 각각의 FTA 발효 직후인 1단계 개방으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을 허용하고,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한 외국변호사가 국내에서 외국법과 국제공법에 대한 자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2012년 7월 미국 로펌인 ‘롭스 앤 그레이’와 ‘쉐퍼드 멀린 릭터앤 햄튼’, 영국 로펌인 ‘클리포드 챈스’가 처음으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 인가를 받은 것을 비롯해 같은 해 연말까지 총 13개의 외국로펌이 한꺼번에 국내에 상륙하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국내 로펌들이 ‘잘 선방했다’는 평가가 변호사 업계에서 지배적이다. 각 FTA 발효 2년 후 2단계 개방으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와 국내 로펌 사이 업무제휴 및 협업이 가능해지고, 그로부터 3단계 개방으로 외국 로펌이 국내 로펌과 합작 법무법인을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줄곧 이렇다 할 영향이 없었다는 평가다.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외국로펌이 점점 느는 데 반해, 신규 사무소 인가는 줄고 있다는 점이 하나의 예시로 꼽힌다. 변호사 업계에선 굳이 한국에 사무소를 두지 않고 철수하는 외국로펌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국내 10대 대형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처음에는 난리법석을 피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걱정할 정도의 일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국내 시장에 대한 개방과 관련한 ‘인바운드’ 영역을 보자면 국내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사업 변화의 민감도 부분은 아직까지 외국로펌이 따라올 수 없는 정도의 경쟁력을 국내 로펌들이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처음 외국로펌이 들어왔을 때의 충격파에 비춰보면 대단히 잘 선방하고 있다”며 “국내 로펌들 자체가 외형적으로도 커졌고, 과거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하나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로펌에 대한 제도적 제한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외국법자문사법상 합작법인 설립시 외국로펌 본사가 직접 참여해야 하는데다 지분 보유가 49%를 넘을 수 없고, 의결권이나 수익 분배도 원칙적으로 지분 비율에 따라가도록 돼 있다”며 “이를 비롯한 제도적 장치들이 외국로펌에겐 현실적 한계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름 선방했다’는 법률시장 개방 10년의 성적표를 접어두고, 이제는 영미로펌 뿐만 아니라 중국로펌들의 공격적 진출에도 적극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률시장 개방 초반에는 미국 혹은 영국로펌의 사무소가 대부분이었지만 2018년 ‘리팡’이 국내에 사무소를 개방하면서 중국로펌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됐다. 이듬해엔 ‘잉커’도 서울에 사무소를 열었다. 대형로펌의 한 전문가는 “아직까지도 업계에선 중국로펌에 대해 영미로펌들보다 관심이 적은 편인데 사실 중국 로펌들의 성장세가 무섭다”며 “이미 G2로 불리는 중국 시장 자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중국로펌들의 성장세로 봤을 때 앞으로 점점 더 국제무대에서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법률전문지인 ‘아메리칸 로이어’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계 다국적로펌인 ‘덴튼스’의 소속 변호사수는 1만977명으로 1만명이 넘는다.
아울러 법률시장 개방 이슈를 국내 시장 방어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국내 로펌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10대 대형로펌의 또 다른 파트너 변호사는 “이제는 우리가 외국 로펌의 플랫폼을 이용해서 과감하게 진출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우리 자체 법률시장의 국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인데 이 부분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해외 투자나 사업에 진출하는 영역에서 국내 로펌이 주도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강조했다. 법조 경력 30년의 대형로펌 변호사도 “지금 국내 변호사가 3만명이 넘었는데, 법조 자체는 굴러가고 있지만 개별 법조인의 성취도나 행복도는 떨어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며 “우리 법조가 잘 되려면 해외시장이 개척되고 더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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