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내몰린 역학조사관들

#. “저, 그만둡니다.” 서울시 역학조사관으로 재직 중인 A씨는 곧 이 일을 그만둘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에 확진자가 급증했음에도, 오히려 줄어든 역학조사관 수에 업무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A씨는 “월 100시간을 훌쩍 뛰어 넘는 초과근무를 하고 있지만, 100시간까지만 초과근무 수당을 주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그럼에도 시는 역학조사관 확충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역학조사관에 대한 부당한 처우와 시의 무관심이 역학조사관을 자리에서 내려오도록 등을 떠밀고 있는 모습이다.

1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코로나19 신규 일일 확진자가 500~600명을 오가고 있지만 역학조사관 인력은 지난 3월 90명에서 7월 75명으로 줄었다. 역학조사관들은 과로로 고충을 호소하고 있지만, 시는 이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 동선을 면밀히 파악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역학조사까지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중앙대책방역본부에 따르면 4차 유행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전국 ‘구(區)’ 단위 지역에서 10만명당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구는 서울 중구로 12.1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구의 역학조사관 수는 4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12~15일 중구의 일평균 확진자 수는 8명으로 역학조사관 1명이 하루 2명의 확진자 동선과 밀접접촉자 등을 파악해야 한다. 확진자 1명에 대한 조사만으로도 보통 2~3일이 소용된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역학조사관 B씨는 “보통 9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13시간을 일하고 있다. 근무 중에는 식사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며 “토요일에도 출근을 할 때가 있다. 대체휴일을 주지만, 최근 일이 몰릴 때는 이마저도 못 챙기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역학조사관 C씨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요구를 하면 지원 인력을 보내주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1~2주 일을 하고 나가는 방식”이라며 “지속적으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수본은 이날 서울시에 지원 인력 49명을 선발해 파견하기로 했다.

역학조사관 D씨는 “서울시에 역학조사관 충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아직까지 전달된 것은 없다”며 “시가 역학조사의 중요성을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역학조사관 부족을 지적한 것에 대해 “과장된 프레임이 난무한다”며 “서울시 역학조사관이 준 것은 서울 시립병원의 한시적 역학조사관 퇴사와 복무만료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와 정부가 나서 역학조사관이 신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역학조사관이 태부족한 상황에서 시와 정부가 처우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면, 어떤 이가 역학조사관을 하고자 하겠느냐”며 “역학조사관이 시와 정부를 믿고 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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