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물건 취급’ 민법 개정안 8월30일까지 입법예고
동물에 대한 압류 등 강제집행 금지도 가능해져
다치거나 죽었을 시 정신적 손해배상 여지 생겨
동물단체들, “오랜 숙원 사업, 적극적으로 환영”
[헤럴드경제=박상현·강승연·신주희 기자] 법무부가 현행법상 ‘물건’으로 취급되는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에 나섰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죽은 경우 손해배상 범위가 늘거나 위자료 청구까지 가능해지는 등 일상 속에 다양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법무부는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란 선언 조항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날부터 8월 30일까지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동물은 물건이 아닌 동물 그 자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
현행 민법 98조는 물건의 정의를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한다. 동물은 이 중 유체물로서 그간 물건으로 취급됐다. 법무부는 민법 98조 2항을 신설하면서 해당 선언 조항을 포함시켰다. 민법 조문 변화로 반려동물의 지위가 급격히 바뀌진 않더라도, 기본법인 민법에 동물의 법적 지위를 선언한 조항이 담긴다면 그만큼 다른 특별법 적용 여지도 커지게 된다.
현재는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죽거나 다치더라도, 물건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시장거래액 정도만 배상받을 수 있다. 물건에 대한 손해배상은 별도로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법이 개정되고 나면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근거도 생긴다. 가족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처럼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을 여지가 마련되는 것이다. 또한 현행법상 동물이 다친 경우, 물건으로 취급돼 이른바 ‘중고’ 취급을 당하거나 소위 ‘분양가’만 무는 것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치료비를 따져 배상액도 높아질 수 있다.
앞서 법무부는 ‘사회적 공존, 1인 가구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TF에선 반려동물의 강제 집행 절차 금지도 논의 중이다. 현행법상 물건인 동물에 대한 압류 등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 채권자가 강제 집행을 할 때 채무자가 반려동물과 떨어져야 하는 셈이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고 보면, 반려동물에 대한 강제 집행 절차도 금지될 수 있다. 다만, 채무 면탈을 위해 지나치게 고가의 동물을 사는 방법 등 악용 사례가 생길 수 있어 이에 대한 방지책도 필요하다.
동물 지위의 변화는 운전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소위 ‘로드킬’로 불리는 충돌 사고 발생 시 구조 의무를 부과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으론 운전자가 사고를 낸 경우 사람을 구조해야 하고, 동물은 따로 규정이 없다. 다만 도로교통법은 법무부 소관이 아닌 경찰청 소관으로, 이 부분에 대해선 부처 간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법무부는 개정안에 ‘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법체계상 동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권리의 객체로, 매매를 통한 반려동물 분양 시 법률에 따라 소유권과 귀속 등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소유권이 ‘견주’에게 있는 한, 맹견에 의한 사고 등 관리자의 책임 범위는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반려견이 입마개나 목줄을 하지 않은 채 밖에 나가 사람을 물어 죽인 경우는 현행법상으로도 처벌 조항이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맹견의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아 사망 사고가 날 경우, 견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본 조항이 신설되면, 장기적으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피해에 대한 배상 정도가 국민의 인식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으론 사법의 기본법이란 민법의 지위를 고려할 때, 동물보호가 강화될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동물과 사람을 막론하고 생명을 보다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무부의 입법예고에 동물권리단체에서도 기대감을 표시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분명 동물은 물건이란 개념이 아닌데, 그동안 법적으로 계속 물건화시켜 정서적 충돌, 가치 충돌이 일어났다”며 “이번 개정안은 그러한 가치 충돌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도 “동물단체들이 요구해 온 숙원사업으로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고, 동물생명존중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ooh@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