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을 처음 대했을 때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내연기관 버전의 G80과 외형상 큰 차이가 없는 데다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쓰지 않은 파생 전기차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경험해본 G80 전동화 모델은 럭셔리 전기차가 걸어갈 길을 명확히 제시했다.
G80 전동화 모델은 제네시스 럭셔리 준대형 세단 G80의 파생형 전기차다. 내연기관 모델과 전동화 모델의 차이는 쉽게 찾기 어렵다. 그만큼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거의 없다.
가장 큰 차이라면 크레스트 그릴의 표면이다. 엔진에 산소를 공급하고 열을 식히기 위해 공기를 받아 들이던 그릴 사이사이의 구멍은 하단의 에어인테이크를 제외하고는 모두 양각의 다이아몬드 조각으로 막혔다.
사실 이곳에는 비밀의 공간이 숨어있다. 그릴 좌측의 G자 부분을 누르면 뚜껑이 열리면서 충전 포트가 나타난다. 충전구 커버의 경첩에는 안쪽에 크롬으로 두 줄을 새겨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다만 트렁크에는 전기차로 변신하면서 남긴 상흔이 있다. 트렁크 안쪽이 마치 LPG 차량의 가스 봄베와 같이 올라오면서 용량이 70ℓ 줄었다. 2열 좌석 아래와 뒤에 배터리팩과 후륜 모터 등이 장착돼 어쩔 수 생긴 단점이다.
하남 스타필드부터 경기도 가평의 한 호텔까지 왕복 72㎞ 구간에서 느껴본 주행 감각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전기차인 만큼 예상은 했지만 매끄럽게 치고 나가는 느낌은 현대차 아이오닉5나 여타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에서 느꼈던 그것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듀얼 모터가 내는 시스템 합산 최고 370마력, 최대 토크 71.4㎏·m의 힘이 2톤(t)을 넘는 차체를 출발부터 강하게 밀어붙인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이다. 타이어 굴러가는 소리가 약간 들리는 것 외에는 모터 돌아가는 소리도, 풍절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전방 노면을 미리 감지해 감쇠력을 조절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덕분에 마치 바다 위 요트에 탑승한 느낌을 받는다.
여러 단계로 회생 제동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점도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패들 시프트로 회생 제동 정도를 가장 약하게 조절하면 타력 주행으로 내리막을 부드럽게 내려갈 수 있는 반면, 가장 강한 단계인 i-페달 모드로 변경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도 감속과 정지까지 가능하다. 이 기능을 능숙하게 활용하면 미리 페달에서 발을 떼 감속한 뒤 급격한 커브 구간에 진입했다가 가속 페달을 밟아 빠르게 코너를 빠져나가는 과정을 변속 충격 없이 해낼 수 있다.
전기차이다 보니 전비와 주행거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G80 전동화 모델에 탑재된 고전압 배터리 용량은 87.2㎾h다. 800볼트(V)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350㎾급 급속 충전을 활용하면 22분 안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E-GMP’ 플랫폼이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외부로 전력을 공급하는 V2L(Vehicle 2 Load) 기능도 제공한다.
공인 연비는 1㎾h 당 4.3㎞, 1회 충전 당 주행거리는 427㎞로 아쉽지는 않은 정도다. 그러나 실제 운행 후 기록된 전비는 1㎾h 당 5.5㎞, 예상 주행거리는 478㎞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다. 기착점에서 20분 가량 에어컨을 켜놓은 채 주행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좋은 결과도 기대할 만 하다.
G80 전동화 모델이 겨냥하는 수요는 명확하다. 국내에선 의전용 차량을 전기차로 바꿔야 하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일부 대기업의 법인용 차량이다. 해외에선 전기차에 익숙하면서도 대형 세단을 서호하는 중국 시장이 핵심이다. 그런 측면에서 G80은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친환경성이라는 두가지 토끼를 잘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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