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부쩍 실감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G7 정상회담’에 우리나라가 2년 연속 초청돼 코로나19 방역과 경제력 측면에서 찬사를 받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는 지난 2일 회원국 만장일치로 우리나라를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최초 사례라 더욱더 뜻깊다.
이러한 흐름을 바라보면서 머지않아 대한민국 과학기술계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바람을 가져본다. 실제 우리나라는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세계 경쟁력 세부 지표인 ‘과학인프라’ 부문에서 64개국 중 역대 가장 높은 순위인 2위를 기록했다. 우리 과학기술 수준이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질적인 측면에서도 일류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첫 단추는 바로 연구진실성을 확보해 연구성과의 신뢰성을 높이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연구 부정 문제는 쉽사리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일례로 전 세계 논문 취소 사례를 공개하는 전문매체 ‘리트랙션 워치’의 자료를 바탕으로 ‘사이언스’지가 2018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 연구자가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자기 표절 등의 사유로 취소된 건수는 1만편당 6건으로, 세계 6위 수준이었다. 2019년에는 다수의 과학기술자가 부실 학회 참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연구진실성 개념이 대두된 계기가 2005년 말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었는데, 이후 15년이 지났는데도 다양한 형태의 연구 부정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황우석 사건 이후 정부는 대한민국 연구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성과도 있었다. 2007년 최초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으로 과학기술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마련했고 2008년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제정, 2011년 ‘학술진흥법’ 개정 등을 통해 연구윤리를 강화했다. 또한 정부는 2009년부터 연구윤리 실태조사, 교육, 정보제공을 위한 사업을 해마다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4년제 대학에서 연구윤리 자체 규정을 보유한 비율이 2006년 15.7%에서 2019년 98.9%로 향상되고, 교육 실시비율도 해마다 증가해 2019년 81.0%를 달성했다.
그러나 연구 부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구윤리교육 방법에 질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이 연구윤리교육 전담기관으로 10년 넘게 현장을 지켜본 결과, 이제는 특강 등 단발성 교육에서 벗어나 더 심화된 사례, 토론교육을 개발해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용할 수 있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연구진실성 정착을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관 형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저조한 연구윤리 실무자 교육도 체계화하고 이들을 상시 지원할 수 있는 정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연구윤리를 총괄하는 연구진실성관리국을 설치해 ‘The Lab’ 같은 사례 중심 교육 콘텐츠를 보급하고 실무자를 위한 워크숍을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등 다방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연구진실성을 지칭하는 단어 ‘Integrity’는 숫자 ‘정수’를 뜻하는 라틴어 ‘Integer(인테게르)’에서 유래한다. 온전하고 손상을 입지 않았다는 의미다. 연구 현장에서 연구진실성을 실현해 진정한 과학기술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현재 부족한 것, 불완전한 것을 바로잡는 결단과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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