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일본의 시니어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는 세 명이다. 김종덕이 첫 번째, 박부원이 두 번째, 최근엔 석종률이 우승했다. 수준이 높은 리그에서 우승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안의 암살자'로 불리는 박부원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공격적인 플레이로 유명하다. 1994년 코리안 투어에 데뷔했고 2006년 메리츠 솔모로 오픈에서 처음 우승했다. 인슐린 펌프를 허리에 차고 주사기를 꽂은 채 우승한 세계 최초의 기록이다. 스윙 중 펌프가 걸리거나 주사기가 몸에서 빠지면 다시 끼우고 샷을 했다.아름다우며 슬프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우승이다. 그와 여러 번 라운드 했고 올 시니어 마스터즈에서 같은 조로 플레이했다. 후반 두 번째 홀에서 볼은 벙커에 있고 강한 맞바람에 핀까지는 190야드 정도, 그린 앞에는 워터 해저드가 있었다. 유틸리티 클럽으로 최고의 샷을 하면 온 그린이 가능했지만 그는 피칭을 두 번 쳐 파 세이브를 했다. 고수는 한 타를 버림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하수는 한 타를 아끼려다 하루를 망친다. 비슷한 상황에서 어리석은 공격을 일삼던 필자는 예선탈락했고 그는 우승에 도전하는 스코어로 본선에 진출했다.라운드 중 우승을 하려면 실력만큼이나 운도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반대로 평범한 선수들은 실력이 가장 중요하고 운은 필요치 않다고 믿는다. 우승을 많이 한 선수들은 동반자의 실수와 나쁜 환경에도 관대하다. 보통의 선수들은 칭찬을 받을 땐 관대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주변 환경에 시비를 건다. 코리안 투어 1승, 일본 투어 1승, 한국 챔피언스 투어 3승을 일궈낸 그를 만나 골프에 대한 몇 가지를 물어봤다.-메리츠 솔모로 오픈에서 우승할 때 허리에 찬 인슐린 펌프가 스윙에 방해되지 않았나.연습스윙하면서 걸리면 조금 자리를 옮기고 했다. 스윙 중에 주사기가 빠질까봐 늘 긴장하고 조심했다.-굉장히 어렵게 세팅한 걸로 기억되는데 당시 2위와는 몇 타 차가 났는가.8언더파를 기록해 6타 차로 우승했는데 골프장 대표가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절대로 언더파가 나오지 않게 세팅 했는데 코스가 유린당한 느낌이라면서.- 좋은 스승을 찾는 방법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사랑이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다음에 레슨의 능력이 필요하다. 투어를 뛴 경험이 많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일본 투어와 한국투어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일본은 선수들이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 갤러리도 굉장히 친절하며 경기가 끝나면 골프장 사장이 모든 선수에게 찾아와 악수를 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요즘 골프장은 잡 것들의 전성시대로 천박함의 끝을 보이고 있다.자본주의가 아무리 시장경제를 따른다고 해도 역병을 이용해 그린피와 카트비용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목숨이 걸린 1.5미터의 퍼팅이 남았다면 누구에게.친구인 김종수 프로에게 맡기고 싶다.- 김종수 프로는 너무 착해 퍼터를 잡고 부들부들 떨 것 같다.그래도 믿는다. 친구란 내 등의 슬픔을 같이 지고 가는 사람이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어떤 면에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가.라운드 전의 준비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프로는 최소한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전에 골프장에 도착해 스트레칭을 비롯해 여러 준비를 한다. 아마추어는 티오프 시간에 허겁지겁 도착해 준비할 틈도 없이 라운드를 시작한다.-평소의 연습방법은날마다 꾸준하게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숏 게임 위주로 한다.-포섬의 멤버는 누굴 선택하고 싶나.석종률이 좋다. 워낙 장타라 웬만한 파5는 모두 투 온이 가능하다.-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면.현재 챔피언스 투어 선수회장으로 있는 공영준 선수를 좋아한다. 실력도 뛰어나지만 균형 감각이 좋고 선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늘 감동을 받는다.-KPGA 구자철 회장에게 핸디를 준다면.굉장한 고수라 백 티라면 8개, 레귤러 티라면 4점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구 회장님을 모실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추진력과 능력, 선수에 대한 사랑은 역대 최고다.누구나 복권을 사지만 당첨자는 한명 뿐이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배우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인생을 걸었지만 실패한 선수들의 슬픔은 바이칼 호수보다 깊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언제나 슬픔이란 것이 존재한다. 그런 슬픔은 저 혼자 내리는 눈처럼 외롭기에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 박부원은 아름다우며 슬프고 슬프면서 아름다운 우승을 만든 선수다.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스스로 최고의 반열에 오른 사람, 슬픈 것만이 진정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 그리고 굉장히 영민하고 심성이 고운 사람이다. *어부(漁夫) 비토(Vito)라는 필명을 갖고 있는 김기호 프로는 현재 K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중인 현역 프로입니다. 또한 과거 골프스카이닷컴 시절부터 필명을 날려온 인기 칼럼니스트로 골프는 물론 인생과 관련된 통찰로 아름다운 글을 독자 여러분께 선사할 것입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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