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팝ㆍ접신록, 실험 넘어 대중성 확보
전통을 소재로 현재의 음악…미래의 전통될 것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범 내려온다’로 전 세계를 들썩인 이날치가 ‘조선팝’으로 군림하고, 무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악단광칠이 ‘접신록’, ‘작두록’으로 불린다. 대중의 지지를 얻은 ‘전통의 실험’은 완전히 새로운 음악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한 음악들은 ‘전통음악’의 한계와 범위를 넓히고, 전에 없던 장르를 만든다.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했으나, 이들의 음악은 실험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잠비나이 이일우는 “실험에서 그치지 않고 설득력을 갖는 결과물을 만드는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왔다”며 “실험적이고 독특하지만 어렵지 않은 음악, 실험에서 끝나지 않고 설득력을 갖는 음악이 잠비나이가 추구하는 음악이다”라고 말했다.
무토 박우재도 “오롯이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규칙없이 기존을 따르지 않는다”며 “음악적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차별성이다.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고 바라봄으로써 같은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을 염두한다”고 말했다.
그 바탕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무가를 중심에 둔 추다혜차지스는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대중음악 안에서도 이들의 음악은 ‘전통’ 안에 두기를 거부한다는 의미다. 음악인 스스로도 자신들의 것을 전통음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국악을 ‘무기’로 ‘지금의 음악’을 하는 조금은 새롭고, 독특하고, 특별한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전통적인 악기와 소재로 현재의 음악을 한다”(잠비나이 이일우, 악단광칠 그레이스박)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악단광칠의 그레이스박(아쟁)은 “악단광칠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각자의 악기와 목소리로 퓨전도 무엇도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재의 음악, 지금의 정신을 꺼내고 있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악기와 소재를 가지고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이어온 꾸준하고 다양한 시도는 많은 사람을 변화의 길로 이끌었다. 잠비나이 이일우는 “10여년의 활동기간 동안 전통음악의 틀에 갇힌 사람들을 경계 밖으로 인도하기도, 일반 대중들을 전통음악의 경계 안으로 인도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잠비나이를 비롯해 이날치, 추다혜차지스 등 이들 밴드의 성장과 성취는 ‘대중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문가들은 “이전과 달리 현재의 음악신은 굉장히 다양화·다분화 돼있고, 관객의 다양성이 성장한 시대”이자 “세상에 없는 새로운 음악을 찾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마니아들이 나오는 때”라고 본다.
불씨가 당겨진 새로운 음악세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업계에선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만남은 더 늘어나고, 국악을 중심으로 한 여러 장르가 끊임없이 파생되리라 본다.
악단광칠의 김약대는 “국악의 형식이나 문법이 아니라도 국악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다”며 “이것을 중심에 두고 전통음악의 특성을 표현하고 드러내면 장르에 묶이지 않는 더욱 다양한 음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일우는 “음악 외적으로 한국의 모든 전통 문화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소화가 되고 익숙해진다면 음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알아서 확장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악그룹 나무의 이아람 역시 ”전통음악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사람들,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 사람들, 전통에 담긴 메세지에서 받는 영감으로 작업하는 사람들, 전통어법을 최소화하고 본인들의 메세지를 담는 것에 더욱 주력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갈래의 음악실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때의 흐름’으로 그치지 않도록 더 많은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 특출난 몇몇 팀의 등장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김보미는 “보다 많은 팀들이 나와야 하고 다양한 음악색을 표현해야 전통음악계도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고래야의 김동근(대금)은 “박물관에 있는 음악을 하는 것보단 같이 연주하며 들썩들썩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 연주하는 사람들의 사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어떤 관심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신박그룹의 박경소는 “최근 공연한 포항 AI 풍류 등 가장 현대적인 부분에서 전통을 실험하고 있지만, 양극의 만남은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실험이 이어지겠지만, 사회에서 어떤 관심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들은 이미 오래전 실험돼 일정 기준을 통과한 것이기에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통의 실험과 재해석은 계속된다. 이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고, ‘현재’의 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예전의 기준으로 규정된 장르를 넘어 오로지 음악으로서 “공감과 위로를 주고”(악단광칠), “누군가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하는”(잠비나이)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그려낼 미래는 지금의 또 다른 모습이다. 무토의 박우재는 “지금의 이 들끓는 실험 열기는 결국 미래의 전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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