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임대부터 금융 지원 등

신규 사업모델 발굴 ‘파트너십’

올해 싱가포르에서 시범 운영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으로 확장

그랩 로고를 부착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모습. [그랩 제공]
그랩 로고를 부착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모습. [그랩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동남아시아의 ‘우버(Uber)’로 불리는 모빌리티 업체 ‘그랩(Grab)’과 함께 대대적인 전동화에 나선다. 지난 2018년 성장 가능성에 투자를 결정한 정의선 회장의 선구안을 바탕으로 스마트 시티 솔루션(Smart City Solution) 등 전기차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발굴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그랩’과 모빌리티 서비스 부문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한다고 23일 밝혔다.

핵심 과제는 동남아 내 전기차(EV) 채택을 가속하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선보이는 전기차 모델을 그랩에 선도적으로 도입해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는 한편,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로드맵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그랩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런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그랩은 지난 2012년에 설립한 차량 호출(카 헤일링) 업체다. 동남아시아 8개국 168개 이상의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점유율은 75%에 달한다. 2019년에는 인도네시아 공장 투자 협약 발표 이후 첫 프로젝트로 ‘EV 모빌리티 서비스’를 도입해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 EV’의 운영 대수를 늘렸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그랩은 새로운 전기차 임대와 금융 지원 등 새로운 사업을 모델로 한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지난 2019년 전기차 기반의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제한적인 충전소와 긴 대기 시간 등 인프라 부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랩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랩 운전자들은 충전 불편으로 전기차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랩이 도입한 차량을 제외하면 동남아 내에서 전기차 판매 물량이 없을 정도로 미미한 현실도 전기차 대중화의 장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대차그룹과 그랩은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한 시범 프로그램을 올해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향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로드맵 개발의 일환으로 전기차 타당성 조사도 다시 진행한다. 내연기관 기반의 전기차에서 더 나아가 전용 전기차를 도입하기 위한 실용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서다. 이용 요금부터 대기 시간, 서비스 및 충전 인프라 확대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싱가포르 및 인도네시아, 베트남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도 힘을 싣는다. 인프라 확장과 관련된 아이디어와 모범 사례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기아의 기업 이미지 제고는 물론,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시범 프로그램에는 그랩이 운영 중인 현대차의 전기차가 그대로 활용된다. 예컨대 싱가포르에는 현대차 코나EV 200대가 도심과 공항에서, 인도네시아에선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자카르타 공항에서 호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민성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사업전략팀 상무는 “현대차그룹과 그랩은 지난 2018년부터 협업을 통해 전기차 사업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그랩이 보유한 운전자 네트워크와 현대차그룹의 포괄적인 모빌리티 솔루션이 합쳐지면 전기차 대중화는 물론, 지역 전체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셀 코헨(Russell Cohen) 그랩 동남아 운영 총괄은 “운전자가 음식 주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배터리를 교체하는 등 대기 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시험적으로 적용해왔다”며 “전기차는 동남아에서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그랩이 전기차 채택을 가속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