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임시 주총, 5대 1 무상감자·발생주식 총수 8억→15억 확대 등 안건 통과
이르면 내달 1조원 유상증자 의결 예정
정진택 사장 “절박한 상황에서 결정한 선택, 정상궤도 올려놓겠다”
추가 확충 자본금 신사업·기술개발 투입 예정
자본잠식 위기에 놓인 삼성중공업이 5분의 1 규모의 무상감자를 단행하는 ‘극약처방’으로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한다. 업계 안팎에서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조선업의 호황 국면 진입, 악성 재고로 꼽히는 미인도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매각 여부 등은 향후 주목할 변수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22일 오전 판교 R&D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 및 회사 발행 주식 총수 개정 등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번에 추진하는 감자와 증자는 엄혹한 경쟁 현실에서 도태되지 않고 사업 경쟁력을 지켜나가기 위해 절박한 상황에서 결정한 선택임을 주주 여러분들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면서 “회사의 결정을 믿고 힘을 실어 주신다면 저와 삼성중공업 모든 임직원들은 반드시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 주주여러분의 믿음과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주총 결과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5분의 1인 1000원으로 감액(감자비율 80%)하는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무상감자를 통해 발생한 2조5000억원의 납입자본금 감액분을 자본잉여금으로 전환해 자본잠식 우려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무상감자 직후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해 발행 주식 총수를 8억주에서 15억주로 늘어나게 됐다. 내달 예정된 이사회에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의결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측은 연간 기준으로 6년 연속, 분기 기준으로 14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1조5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줄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5068억원 달한다. 지난해 말 248%였던 부채비율 역시 1분기 262%까지 상승했다.
특히 신규 수주분에 대한 공사손실충당금 1230억원, 강재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 반영 1190억원, 미인도 드릴십 평가손실 2140억원 등 456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직접적인 타격이 됐다.
적자 누적이 지속되면서 삼성중공업은 자본잠식 위기에 놓였다. 자본잠식은 기업 재무제표상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중공업의 자본금은 3조1505억원이며, 자본총계는 3조3364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실적부진에 따른 금융권 우려를 해소하고, 추가로 확보한 재원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대량 수주가 운전자금 부담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유상증자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번에 추가 확충된 자본은 차입금 상환 외에도 수소·암모니아 추진선, 디지털 야드 등 신사업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글로벌 조선업황 개선으로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만 42척, 금액으로는 51억 달러(약 5조7000억원)를 수주했다. 수주잔고를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인 16조2000억원까지 늘렸다.
미인도 드릴십 매각 여부도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선사의 계약 파기로 5척에 대한 드릴십 수주 물량이 모두 계약 취소된 상황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석유업체들이 드릴십 발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움직임이 커지는 점 등은 업계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대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