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모든 생명체 물리법칙 따라

잔화의 선택도 물리적 영역에 위치

두더지 앞발 물리적 환경에 최적화

물고기에서 네발 짐승으로 진화는

돌연변이 통한 세포 재배치 결과

생명의 원소, 탄소 선택엔 효율성이

물리학의 눈으로 생명의 본질 다가가

“물리 법칙은 생명이 조합되는 모든 수준에서 특정한 해결책을 향해 생명의 방향을 제한한다. 이 제약은 아원자에서 개체군에 이르는 모든 규모에서 작용한다.”(‘생명의 물리학’에서)
“물리 법칙은 생명이 조합되는 모든 수준에서 특정한 해결책을 향해 생명의 방향을 제한한다. 이 제약은 아원자에서 개체군에 이르는 모든 규모에서 작용한다.”(‘생명의 물리학’에서)

‘다른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 생명체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은 과학적으로는 간단하다. 외계 생명체는 지구상의 생명체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우주생물학자 찰스 S. 코켈에 따르면, 다채로운 생명의 이면에는 놀랍도록 단순한 원리가 숨어있다. 생물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로 이뤄져 있으며,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아 탄생하고 번성한다는 사실이다.

코켈의 저서 ‘생명의 물리학’(열린책들)은 생명을 물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에 따르면, “생명체는 물리학 법칙에 부합하게, 또한 그로부터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분자들의 집합체”로, 진화 역시 물리법칙을 따른다. 코켈은 책에서 물리법칙이 생명 현상에 속속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생명체를 통해 보여준다. 당연히 모든 생명현상은 수학 공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가령 개미가 먹이를 모으는 과정은 방정식 하나로 표현이 가능하다. 정탐꾼 개미가 집 근처를 돌아다니다 오렌지를 발견하고, 페르몬으로 동료 일개미들을 연쇄적으로 불러모아 개미고속도로를 만들어 먹이를 나르는 데는 여왕개미의 명령 같은 건 필요없다.

몸집이 큰 동물의 대사율이 작은 동물보다 크다는 대사율과 몸무게의 관계를 나타내는 클라이버 법칙은 우리도 익숙하다. 가령 고양이의 대사율은 쥐의 약 30배로, 수많은 다양한 개체들에 일정한 물리법칙이 작용한다.

손등 위를 수직으로 기어오르는 무당벌레 다리의 점착력과 다리를 다시 떼는데 필요한 에너지 역시 방정식으로 표현이 가능하며, 모든 곤충에 적용된다. 또한 땅 속에서 흙을 밀어내며 땅을 뚫는 두더지의 작달막한 앞발은 표면적이 작을수록 압력이 크게 작용한다는 법칙이 최적화된 형태다. 지렁이는 두더지와 다른 동물군에 속하지만 긴 원통형 몸에 끝이 뾰족한 모습은 두더지의 앞발과 같은 역할을 한다.

생명체는 단순히 환경에 순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반응하는데 이런 능력은 복잡성을 더하지만 이 역시 물리적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생명체가 물에서 뭍으로 이동한 진화의 가장 극적인 장면은 최대의 물리적 사건이다.

생명체가 수중 서식처에서 뭍으로 이동하면 생존의 물리적 조건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다. 물에서 올라와 해변을 기어가기 시작하면 곧바로 한 팔로 팔굽혀펴기 250번의 힘이 있어야 밀어낼 수 있는 중력을 받는다. 물에서는 부력이 중력의 영향을 상쇄하지만 육지에서는 온전히 제 힘으로 스스로를 땅으로부터 밀어내야 한다.

연구자들은 물고기가 어떻게 초기 네 발 짐승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는지 탐구했다. 실험 결과, 지느러미와 사지를 조절하는 유전자는 비슷하며 매우 오래됐음을 발견한다.

지느러미를 만들도록 진화한 유전자가 부력이 빠진 세상에서 동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뼈를 분리된 발가락으로 나누고 더 굵게 만든 것이다. 혹스 유전자는 집파리에서 인간까지 모든 동물에서 발견되는데 파리의 다리, 물고기의 지느러미, 인간의 팔다리 같은 사지 발달에 관여한다. 이 유전자가 발현하는 횟수와 시점에 따라 동물의 사지가 달라진다.

저자는 이를 물리적 환경에 따른 세포의 모듈 재배열로 설명한다. 즉 생명체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이동하느냐에 따라 세포같은 모듈이 변화돼 극적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생명체가 물 속에 있든 땅 위에 있든 공중에 있든 돌연변이를 통해 이런 모듈을 재구성,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잇는 생명체 구조를 만들어낸다. 유기체가 발생에 꽁꽁 묶여있지 않고 모듈식 재배열로 유전적 유산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생명체에 작용하는 보편 법칙을 끌어내며, 마침내 생명을 구성하는 원자의 세계로 진입, 원자 규모에서 물리적 과정이 생명의 구성을 어떻게 빚고 이끄는지 살펴간다.

우선 생명체의 거대 분자의 중추로 왜 탄소가 선택됐는지 탄소의 전자적 성질을 통해 설명해 나간다. 여기에는 안정적이고 결합이 탄탄하며 에너지를 너무 많이 들이지 않고 새 분자를 만들 수 있는 탄소의 성질이란 보편적 물리 원리가 자리잡고 있다.

저자는 이어 원소들이 생겨난 우주로 뻗어나가며 생명의 본질, 그 중심에 작용하는 물리법칙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해 나간다. 책은 진화생물학과 물리학이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닌 통합돼 있음을 보여주며,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 너머까지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켜 준다. 생화학, 분자생물학, 물리학, 미생물학, 천문학 등 많은 과학분야를 오가야 가능한 통찰이 빛난다. 생명은 단지 우연에 의해 진화하지 않았으며, 물리 법칙과 생명 법칙이 같다는 사실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생명의 물리학/찰스 S. 코켈 지음, 노승영 옮김/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