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죽었으니 ‘기사 내려달라’ 입막음 시도”
“피해자에 대한 보호 표명” 촉구
경찰에는 “수사 결과, 피해자에게만 알려달라”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후배 변호사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로펌 대표 변호사 사건과 관련,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가 피해자의 사건을 보도한 기사를 내려 달라는 식의 요청이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초구 서울 서초경찰서를 각각 방문해 의견서를 전달하며 “피의자가 사망하자 대한변협의 주요 관계자에게 늦은 저녁 시간 긴급하게 통화를 요청하는 연락을 받아 전화 통화를 했는데 ‘피해자의 사건 보도가 자극적이고 피의자도 죽었으니 기사를 내리라고 피해자에게 말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변호사는 피해자의 변호사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DM)로 ‘판결 전에 보도해 아까운 목숨을 잃게 했다’는 비난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 밖에도 이 변호사는 “변협 관계자나 여타 변호사 모임 등에 수사기관에 사건 결과 통지를 받도록 함께 촉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피해자도 회원이지만 피의자도 회원이다’는 답변을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한 이유로 피해자는 변협에 이러한 피해자의 2차 피해 근절과 향후 유사 사건 예방이나 자유로운 문제 제기를 위해, 변협이 수사기관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촉구해주시고 이에 근거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대외적으로 표명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경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 결과와 판단에 대해 피해자에게 고지하고 해당 사건을 검찰로 송치해 궁극적으로 검찰이 ‘공소권없음’으로 판단하더라도 검찰 역시 이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 결과에 따른 판단을 피해자에게 고지해주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또 “최근 성추행 피해를 입고 기소가 되지 않은 채 2차 피해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생명을 끊은 공군 여중사 이야기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며 “이를 다른 기관, 다른 사건이라고 치부하시지 마시고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들을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점검하는 계기로 써 주시기를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앞서 변호사 A씨는 지난해 3∼6월 같은 로펌의 초임 변호사였던 B씨를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로 고소돼 약 다섯 달간 경찰 수사를 받았다가 최근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