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출판된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의 저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프롤로그엔 아프리카 국가인 모잠비크가 등장한다. 2063년 장 교수의 상상력 속 모잠비크는 굴지의 대기업이 수소연료전지 대량 생산 기술 개발에 성공할 정도로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룬 나라로 묘사된다.
모잠비크는 대항해 시대부터 수백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다가 1975년 독립했다. 이후 1992년까지 10년 넘는 내전으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아프리카 다른 국가와 달리 석유 같은 자원이 많지 않아 모잠비크는 그간 경제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금세기 최대라고 불리는 대형 가스전 발견으로 몸값이 금값으로 바뀌었다. 전 세계가 16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매장량이 탐사된 것이다.
모잠비크 정부는 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는 2020년대 중반부터 법인세·로열티 등 25년간 약 950억달러의 재정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2020년 기준 모잠비크 국가 GDP가 약 140억달러, 1인당 GDP는 500달러가 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실로 엄청난 액수다. 또한 로컬 콘텐츠 규정을 통해 천연가스 연계산업의 발전을 장려하고, 채취된 천연가스 30%는 의무적으로 자국에서 사용토록 한다. 이로 항만·도로·전력 등 각종 인프라가 확대되고, 석유화학·비료 등 산업발전에도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잠비크 천연가스 개발은 프랑스 토탈, 엑손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의 참여도 활발하다. 이미 한국가스공사는 ‘에어리어4(Area 4)’광구에 10% 지분을 보유 중이다. 향후 이곳에서 생산된 천연가스가 국내에서 약 3년간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 대기업들도 천연가스와 연계된 각종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석유화학 플랜트 분야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 협력할 분야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큰 탈 없이 진행돼던 천연가스 개발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3월 중순 IS와 결탁한 것으로 알려진 북부 반군들이 가스개발 중심도시인 팔마(Palma)를 무력으로 점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외국인 사망자와 수십만명이 넘는 현지인 이재민이 발생했다. 정부군의 반격으로 도시는 곧 수복됐으나 그간 진행되던 각종 기반시설 건설이 전부 중단됐다. 프랑스 토탈사는 4월 자사 인력을 모두 철수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는 중단된 사업들이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스개발이 2024~2025년부터 본격화되면 모잠비크는 카타르 다음가는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생산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사태로 당분간 가스개발의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함에도 모잠비크 정부도 문제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 중인 만큼 모잠비크의 꿈은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주역인 우리 기업들이 ‘모잠비크의 기적’을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문진욱 코트라 마푸투무역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