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공매도 피해현황 정보공개 청구·이의신청 기각에 행소 제기
“불법 공매도 종목 등 국민 재산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 있어”
공매도 재개 한달여간 외국인 공매도 70%대→약 85%
공매도 위반자·피해종목 공개, 금융소비자정책위 설치 등을 제안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불법 공매도로부터 주주 권익과 국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위반자와 피해 종목을 공개하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근절하고 불공정한 공매도 제도 개선하기 위한 정책도 제안했다.
경실련은 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비공개결정 취소 청구 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지난 3월 금융위에 2019~2021년 불법공매도 피해현황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금융위는 금융회사 등은 금융거래 내용을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분 공개했다. 경실련은 같은 달 불법 공매도 피해 현황은 정당한 경영상의 비밀이 아니고 지난해 공매도 피해종목을 적법하게 공개한 바 있다며 이의 신청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경실련은 “불법 공매도 종목을 영업 비밀로 보호해 줘야 할 필요가 없다”며 “투자자들은 불법 공매도로 인해 주가 하락이라는 재산상 피해를 입었으므로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라고 맞섰다. 이어 “특정인에게 부당하게 이익·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금융위의 비공개 처분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공매도는 지난해 3월 14일부터 올해 5월 2일까지 한시적으로 금지됐다가 재개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올해 5월 3일 이후 한 달간 외국인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2015~2019년 공매도 비중은 외국인 70%, 기관이 29%인 반면 개인은 1%를 차지했으나, 공매도 재개 후 한 달간 외국인의 비중은 84.7%까지 증가한 반면 기관은 13.7%과 개인은 1.6%로 각각 줄었다.
2019년(외국인 62.8%, 기관 36.1%) 대비 공매도 비중은 외국인의 경우 21.8%포인트 증가한 반면 기관은 22.4%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일평균 거래대금을 봐도 2019년(외국인 2641억원, 기관 1519억원) 대비 외국인은 5827억원으로 2.2배 확대된 반면 기관은 942억원으로 0.62배로 축소됐다.
공매도가 주식시장 전체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으나 공매도 물량 공세가 집중된 일부 코스닥 종목에는 주가하락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일까지 공매도 거래 대금이 가장 많았던 삼성전자는 1.1% 하락했다. 공매도 거래 대금 3위였던 LG화학은 11.5%, 7위 SK이노베이션은 2.4% 떨어졌다. 공매도 거래 비율이 18.3%로 가장 높은 카페24는 5.5%, 공매도 거래 비율이 17.9%로 3위인 포스코케미칼도 2.4% 하락했다.
2010년부터 불법공매도로 적발된 금융회사 115개 중 108개(94%)가 외국인 투자자였다. 아울러 2014년부터 피해 종목 217개, 총 1188만5644주가 무차입 공매도로 발생했다. 금융위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법 공매도 발생은 대부분 미소유 상장주식을 매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금융위는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2019년 불법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된 금융회사 4곳을 제외한 나머지 위반자들을 비공개하고 지난해부터는 피해종목까지 비공개처리하고 있다.
경실련은 불법 공매도의 90% 이상이 수기 거래로 발생한다며 디지털 대차거래계약서 도입, 공매도 전용 계좌 사용 의무화 등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공정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공매도 위반자와 피해 종목을 예외 없이 일괄 공개하고, 징벌적 과징금과 벌금을 10배 수준으로 도입해 부당이득 환수를 현실화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소비자정책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외국인들은 감시 대상에서 빠져 알맹이 빠진 가짜 개선책에 불과하다”며 “공매도 거래 전 실물 주식의 차입 여부뿐만 아니라 실제 보유 여부까지도 잔고 관리를 통해 사전 검증돼야 비로소 증권결제시스템상의 불법 공매도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금융위는 이런 사실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관련 시스템 개선을 미룬 채 불법 공매도를 재개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개인 주주 배동준 씨는 “돈 놀이에 혈안인 기관과 외국인에게 유리한 제도만을 설계하는 데 전념해 왔다”며 “자본시장의 꽃은 현물 시장이고 모두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는 ‘게임의 룰’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