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병정’ 구조…대리기사, 바나플(로지)과 약관만 가지고 계약
약관에 일방적 앱 이용제한 요건 넣어, 사실상 해고 자유의 권리
공정위, 이용제한 요건·약관 변경 절차 강화 등 자율시정 조치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바나플이 운영하는 대리운전 플랫폼 ‘로지’가 일방적으로 대리기사의 앱 이용을 막을 수 있는 약관을 만든 것을 파악하고 수정토록 했다. 대리기사가 플랫폼에 들어와 일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앱 접근을 금지시키면 더이상 일감을 얻을 수 없다. 사실상 해고인 셈이다.
공정위는 이날 바나플과 대리기사 간 프로그램 이용약관 중 이용약관 중 불공정한 계약조항을 자율시정하도록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정위는 바나플의 대리기사 프로그램 이용약관에서 일부 문제조항을 확인하고 바나플에 시정을 요구했다. 바나플은 내부검토를 거쳐 공정위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는 방향으로 약관을 자율시정했다.
바나플은 대리운전 프로그램을 공급·운영하는 대리운전 플랫폼 사업자이다. 바나플은 지역대리업체 등을 통해 대리운전 업무와 대리기사를 연결하는 분리형 플랫폼을 운영한다. 직접 대리기사와 업무위탁 등 거래관계를 맺는 카카오모빌리티 등 통합형 플랫폼과는 다르다.
분리형 플랫폼은 ‘플랫폼 사업자·연합·지역대리업체·대리기사’의 ‘갑을병정’ 4단계 거래구조다. 대리기사는 직접적 계약을 ‘병’의 위치인 지역대리업체와 맺고, ‘갑’의 위치인 바나플과는 앱 이용약관만을 가지고 계약하게 된다.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약관을 이유로 대리기사가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도 직접적인 거래관계가 없기 때문에 개별적 협상을 할 수 없다. 사실상 플랫폼 사업자가 약관을 가지고 ‘해고 자유의 지위’를 누린다.
실제로 바나플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판단해 부적절한 대리기사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전 고지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프로그램 이용을 제한할 수 있게 약관을 만들었다. 프로그램 이용제한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포괄적으로 면책했다. 약관 자체도 별도 고지기간 없이 즉시 변경 가능하고 변경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7일 후에는 자동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
공정위는 이에 계약 목적달성이 불가능하거나 회복이 곤란한 손해를 대리기사가 일으킨 경우에만 이용제한이 가능토록 했다. 앱 이용제한 조치를 한 뒤 대리기사 귀책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면 손해배상도 해야한다. 약관 변경도 30일 전 통지하고 대리기사에게 동의거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토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