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포드사전이 2006년 올해의 단어로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을 선정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일반인에게 아직 이 개념이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로 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순배출이 제로가 되는 상태라고 해서 ‘넷 제로(Net-zero)’라고도 불린다.

지난 4월 출간된 책 ‘빌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게이츠는 이 개념을 좀 더 쉬운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기후는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욕조와 같다. 수도꼭지를 돌려 물이 조금씩만 흐르게 해도 욕조는 언젠가는 물로 가득 차 바닥으로 흘러 넘칠 것이다. 바로 우리가 피해야 할 재앙이다. 탄소를 ‘제거’하지 않고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형 산불과 폭염, 한파, 폭설, 태풍 등 지구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기후변화 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고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됐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문제해결을 위해 첫발을 뗐다. 지난달 29일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전환의 컨트롤타워를 맡을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지나 5월 31일 폐막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포용적 녹색회복 노력을 다짐하는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올해는 특히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파리협정 이행 원년이다. 세계 각국은 치열한 외교전을 통해 기후대응 주도권 선점에 나서는 상황이다.

NDC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공격적 선언을 쏟아내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 정부의 보폭은 조금 더딘 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전 세계 7위로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도 아직 2030년 NDC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가 그 배경 중 하나다. 다만 SK와 LG, 삼성 등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이 잇달아 탈석탄을 선언하고 그린테크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고무적이다.

정부와 기업에 이은 기후위기 대응의 세 번째 핵심 플레이어는 개인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는 작은 실천뿐 아니라 시장에서 적극적인 소비자주권을 행사,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지지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오는 10일 서울 노들섬에서 열리는 ‘H.eco포럼(헤럴드환경포럼)’에는 국내외 환경전문가들이 참석해 정부와 기업, 시민이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고 지구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할 것이다. 전 세계 세 번째로 서울 용산 헤럴드스퀘어에 걸린 ‘기후위기시계’는 2일 현재 6년213일을 가리키고 있다. 지구 파산까지 남은 시간이다. 지금 이 칼럼을 읽는 순간에도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환경 문제는 사실 어렵고 귀찮고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지구와 자연이 보내는 경고 메시지에 무감각하고 자만했던 인류가 바이러스 하나에 어떻게 무너졌지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