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팀 버튼 ‘비틀쥬스’ 무대로…
화려한 무대ㆍ다양한 음악ㆍ보편적 메시지
관건은 번역ㆍ유머 간극 극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산 자가 비틀쥬스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산 자도 그를 볼 수 있게 된다.’ (저세상 법 1장 4조)
98억년을 살아온 유령 ‘비틀쥬스’가 온다. 괴팍하면서도 우스꽝스럽고, 기괴하나 귀엽기도 한 특별한 존재. 너무 오래 ‘홀로’ 남았다. 이미 죽었으니 죽지 못하고, 이미 죽었기에 살지도 못하는 존재. 한 마디로 이 세상과 저세상 사이의 ‘낀 존재’다.
팬데믹으로 초연작 기근을 보이는 국내 공연계에 브로드웨이의 초대형 신작이 온다. 전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막을 올리는 뮤지컬 ‘비틀쥬스’(6월 18일 개막, 세종문화회관)다. 1988년 제작된 팀 버튼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비틀쥬스’는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틀쥬스’는 2019년 현지 초연 당시 브로드웨이를 발칵 뒤집어놨다. 토니어워즈 8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비롯해 브로드웨이 3대 뮤지컬 시어터 어워즈 수상을 휩쓸었다.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타깃 관객층의 요구와도 맞아 떨어진 작품이다.
최윤하 CJ ENM 프로듀서(뉴욕 주재원)는 “브로드웨이 관객층은 로컬(뉴욕)관객, 국내(미국)관광객, 해외 관광객으로 분류하는데, 그 중 35% 정도를 뉴욕 핵심 관객들이 구성하고 한국 시장의 관객들에 비해 연령층이 높은 중 장년층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PD는 “수 십년 된 고전 뮤지컬들이 끊임없이 리바이벌되는가 하면 유명 헐리우드 영화나 인기 소설, 팝 음악을 활용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원작의 팬덤을 바탕으로 한 ‘비틀쥬스’ 역시 그 연장이다.
‘비틀쥬스’가 개막한 이후 히트의 조짐은 SNS와 패러디로 나타났다. 30여년전 만들어진 원작을 무대로 옮기자, MZ세대까지 열광하며 뮤지컬 트렌드를 만들었다. 10대들의 놀이터인 ‘틱톡’에선 비틀쥬스 분장을 하고 노래하고 춤을 영상이 줄을 이었고, 팬아트와 커스튬 플레이가 현지에서 인기를 모았다.
‘비틀쥬스’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눈을 뗄 수 없는 무대는 이 작품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캐릭터의 공중부양, 손에 불을 붙이는 마법같은 장면이 등장한다.
연출을 맡은 맷 디카를로는 “(무대의) 집은 또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여러 번 변신하며 자신만의 생명을 갖게 된다. 무대, 조명, 영상디자인이 매 순간 교차하면서 하나의 연극적 세계관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현대 기술이 집약된 큰 공연이자 모험적인 뮤지컬”(정성화)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음악이다. ‘비틀쥬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서커스, 공포영화, 라틴, 록, 재즈, 만화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른다. 크리스 쿠쿨 음악감독은 “투어 버전이라고 축소하거나 축약하지 않고 브로드웨이 공연처럼 18인조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음악을 들려준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보편적 정서를 담은 메시지다. 맷 디카를로 연출은 “신나고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무대 속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라며 “‘비틀쥬스’는 사랑, 가족, 슬픔을 극복하고 희망을 그린다. 코로나19를 겪은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초연에서의 성패는 ‘비틀쥬스’가 가진 미국식 코미디가 얼마나 통하느냐에 있다. ‘비틀쥬스’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는 “연습을 하면서도 미국식 코미디를 불편하지 않게 전달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라며 “관객들이 편하게 관람하도록 연출진과 의견을 나누며 바꿔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쿠쿨 음악감독 역시 “위트 넘치고 복잡한 영어 가사를 코미디를 유지하며 번역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이었다”라며 “한국 관객들이 그 유머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다”고 말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현재 탁월한 번역 작업을 거쳐 ‘미국식 유머’를 자연스럽게 녹였다고 입을 모은다. 정성화는 “비틀쥬스는 그동안 모든 코미디 뮤지컬의 정점을 찍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정성화와 ‘비틀쥬스’ 역에 캐스팅된 유준상은 “저 세상 텐션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재미있고 위트있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