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지분 ‘엔진넘버원’ 요구에
엑손모빌, 이사진 전격교체
20% 저감목표 로열더치쉘에
법원 “45% 줄여라” 명령
엑손모빌, 로열더치쉘 등 글로벌 거대 석유 기업들이 탄소저감 요구에 잇따라 일격을 당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거대 ‘공룡’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체질 개선 요구에 둔감하게 대응하다가 전례 없는 굴욕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실시된 엑손모빌 주주총회 예비투표에서 탄소배출량 저감을 촉구해온 행동주의 펀드 ‘엔진넘버원’이 지명한 후보 4명 중 최소 2명이 이사로 선출됐다. 향후 최종 표결 결과에 따라 이들이 지명한 후보가 추가로 당선될 여지도 남아 있다.
한 때 시가총액 면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달렸던 글로벌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추락을 거듭해 0.02%(약 50만달러) 지분 투자자에 경영진이 좌지우지되는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액 주주에 의한 엑손모빌의 패배는 역사적 사건이라면서 글로벌 석유업계가 더 이상 시대적 변화 요구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WSJ는 몇년 전만 해도 시총 1위였던 엑손모빌 경영진이 소액 투자자에 의해 교체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격세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석유업계는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 중심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앞서 ‘엔진넘버원’은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며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 4명을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하지만 소액 투자자의 ‘반란’이 성공한 전례가 거의 없어 이들의 승리 가능성을 점치긴 어려웠다.
엔진넘버원은 애초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목표로 삼진 않았지만, 업계는 이번 이사진 표결을 사실상 CEO 재신임 투표로 여기고 있어 대런 우즈 CEO 퇴임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같은 날 네덜란드 법원은 석유업체 로열더치쉘이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다면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이라고 판결했다.
로열더치쉘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토탈, 렙솔, 에퀴너 등 글로벌 석유업계 공룡들과 함께 엑손모빌과는 달리 기후변화와 탄소저감 관련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법원 명령에 따라 그보다 더 강화된 목표를 이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소송은 2018년 ‘지구의 친구들’ 네덜란드 지부 등 7개 환경단체와 1만7000명의 네덜란드 시민 등이 쉘의 화석연료 개발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제기했다.
에너지업계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에이미 마이어스 제프 미 터프츠대 법학외교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 교수는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상은 석유·가스업계 경영자들이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환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수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