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판매자들 “힘들게 고객 시스템 구축…해외사업자가 도용 다반사”
해외배송 받았더니 다른 상품…“아이템위너 소비자 선택권 제약 위험”
시민단체, 피해사례 공개…공정위 신속대응·온라인플랫폼 법률 제정 촉구
쿠팡 측 “소비자 경험 중심 구매의사 결정돼…선호 상품부터 노출돼” 반박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내에서 직접 제작한 여성 의류를 쿠팡에서 판매하는 A씨는 “제가 광고를 돌려 유입된 고객들이 최저가로 표시된 아이템위너 판매자한테 구매하는 상황이 펼쳐졌다”며 “아이템위너가 바뀌어도 A/S(애프터서비스) 담당자는 최초 판매자로 남아있는 등 다른 중국 판매자의 제품에 대한 항의를 대신 받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쿠팡의 ‘아이템위너’ 제도로 피해를 호소하는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아이템위너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정화법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6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쿠팡 아이템위너 피해사례 발표 좌담회를 열었다.
아이템위너는 쿠팡에 올라온 동일한 상품 가운데 ▷고객 점수 ▷배송 점수 ▷소비자 평가 ▷가격 평가 등을 바탕으로 가장 점수가 높은 판매자를 단독 노출하는 제도다.
문제는 기존 판매자가 광고와 판매 등으로 쌓아온 상품 페이지, 상품평, 질의 등을 아이템위너가 독식하는 점을 노리고 악의적으로 ‘매칭’을 걸어 오는 사업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사업자들은 기존 판매업체를 그대로 도용해 아이템위너가 되는 경우가 다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구매대행 제품을 판매하는 B씨는 “단돈 몇백원의 이윤만 남아도 가격 경쟁을 하는 중국 현지 사업자들이 올 초부터 대거 유입돼 출혈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쿠팡은 놀이터”라고 호소했다.
이어 “쿠팡은 해당 중국 업체에 아무런 제재도 없이 제품만 삭제해 10여 번 신고해도 또다시 도용이 반복된다”며 “쿠팡은 현재 중국 현지 사업자를 우대하고 이런 도둑질과도 같은 행위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패션잡화를 판매하는 C씨도 “직접 제작·포장·판매해 1년 넘게 공들여 온 상품을 다른 판매자가 악의적으로 매칭을 걸어 와 아이템위너를 빼앗기고 판매지수가 초기화됐다”고 설명했다.
아이템위너는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끼쳤다. 아이템위너를 차지한 업체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기존 상품의 디자인이나 품질과 다른 탓이다.
소비자 D씨는 쿠팡으로 해외 배송 블루투스 이어폰을 주문했다. 제품명을 입력했을 때 상단에 맨 처음 나온 데다 쿠팡에 입점해 있고 긍정적인 내용의 사용 후기가 많아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송된 상품은 D씨가 주문한 것보다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하위 버전이었다.
D씨는 “경쟁하는 여러 판매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소비자가 인식한다면 소비자는 가격만을 유일한 선택 기준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며 “아이템위너는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할 위험이 있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권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아이템위너 제도가 판매자들을 최저가 출혈 경쟁으로 내몰고 그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쿠팡은 사업자용 서비스 이용약관에서 판매자가 쿠팡에 제공하는 상품 이미지와 설명 후기 등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또한 잘 팔리는 판매자의 상품을 쿠팡이 자체적으로 제작·유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판매자가 다른 쿠팡 외에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 더 저렴하게 많이 팔아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쿠팡은 소비자가 작성하는 상품·배송 후기, 별점 등도 마찬가지로 쿠팡의 자산이라고 약관에서 명시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여러 판매자의 구매 수와 후기 등을 한 판매자의 것으로 오인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아이템위너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공정위에 신속하고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권 위원은 “지난해 7월께 쿠팡의 여러 판매자는 이미 공정위에 쿠팡의 아이템위너 관련 약관에 대해 불공정약관심사를 청구했으나 1년 다 되도록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플랫폼이 중개사업자로서 유통업법, 공정거래법 등의 규율을 받지 않았다며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제정안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고, 이용 사업자들에게 단체구성권을 부여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아이템위너는 광고비 경쟁 중심의 기존 오픈마켓과 달리 소비자 경험을 중심으로 구매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한 서비스”라는 입장을 밝혔다. 가격, 배송, 고객 응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할 상품이 우선 노출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아이템위너가 상품평과 이미지 등을 독식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쿠팡 관계자는 “상품평과 판매자에 대한 ‘셀러평’을 명확히 구분해 다른 판매자에게 이전하지 않는다”며 “상품의 대표 이미지는 판매자가 저작권을 갖는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