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수력발전기 만드는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오프그리드 시장에서도 쓰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
캠핑족 등 B2C 겨냥 이어 에너지 교육 콘텐츠 제안
최근 대기업 탄소저감 솔루션 컨설팅도 활발
환경의 반격은 거셌다. 극단을 오가는 폭염과 혹한, 폭설은 도시를 셧다운(shut-down)시킬 정도로 거세졌고, 미세먼지와 황사는 안심하고 숨 쉴 자유마저 앗아갔다.
이노마드(대표 박혜린)는 푸른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개인이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제안한 스타트업.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덕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화두에 맞닥뜨린 기업들의 ‘넷제로(net-zero·탄소중립) 솔루션’ 컨설팅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는 이색 아이템에 도전한 계기에 대해 “신재생에너지가 기존 전력 시스템에 들어가 경쟁하기에는 경제성이 부족했다”며 “아예 생산, 저장, 공급 등 전체 시스템을 새로 설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2011년부터 조류발전 플랜트에서 프로젝트 매니저 일을 했습니다. 일을 해보니 석탄, 원자력 에너지와 경쟁해야하는 기존 시스템에서는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더군요. 마침 2013년 스마트폰 사용자가 노트북 사용자보다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고 야외에서 전기 수요가 늘어난 만큼, 생산부터 저장, 공급, 사용 방법 등을 새롭게 설계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전력화율이 98% 이상인 한국에서는 누구나 보조배터리를 갖고 다니지만, 인프라가 없는 곳은 이런 방식의 전력 이용이 불가능하다. 송전선을 끌어가려면 1km 당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고비용 구조에서 전기가 없는 ‘오프그리드’ 시장은 계속 소외될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소형 수력발전기로 개인이 필요한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물 흐르는 곳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계곡이나 하천, 양식장은 말할것도 없고, 공장에서 냉각수를 방류하거나 건물에서 중·하수를 내보내기도 하고요. 수력은 신재생에너지 중 단위 면적 당 발전 효율이 가장 큰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수력은 풍력의 터빈보다 3~8배 적은 크기로도 같은 양의 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노마드는 연구끝에 등산 가방의 물병 넣어두는 공간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휴대용 수력발전기를 만들었다. 미국의 캠핑 인구를 겨냥한 기획이었다. “제조까지 직접 하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단일 제품으로 스케일업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미국의 캠핑 시장이 보였습니다. 미국은 캠핑 인구가 많은데다, 전기가 없는 외진 곳에서 열흘씩 묵느라 휴대용 태양광 발전기 등 충전 수요가 많았어요.”
미국은 캠핑을 하며 낚시, 카약 등 물과 관련된 활동도 많이 즐기기 때문에 휴대용 수력발전기에 최적의 시장이었다. 2016년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제품을 선보이자 마자 2억원어치의 선주문을 받기도 했다. 이노마드는 외국에서 먼저 알아봤다. 지난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웃도어 행사인 ‘아웃도어 트레이드쇼’에서 올해의 브랜드로 선정됐고, 창립 110주년을 맞은 롤스로이스가 향후 경영 기조인 지속가능성을 보여줄 브랜드 파트너로 이노마드를 선정했다.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로 유명한 파타고니아도 파트너사로 이노마드를 택했다.
외국에서 활발하게 뻗어갔던 만큼, 코로나19의 여파도 피할 수 없었다. 외국에서는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대량 구매 문의가 들어오던 차에 코로나19로 여행업 경기가 사그라들어 버린 것. 여기에 스타트업으로서는 드물게 제조업을 하다보니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도 만만찮았다.
결국 인력을 일부 감축하고, 사업모델도 교육과 컨설팅으로 확대했다. 학생들이 직접 발전기를 만들어보고,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는 콘텐츠를 개발한 것. 교육 콘텐츠는 학교에 이어 호텔 등에서도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의 사내교육 중 환경 관련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호텔에서 투숙객을 위한 키즈 콘텐츠로 요리나 미술 수업을 하는 것처럼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합니다. 저희 제품 주 고객층이 30~40대의 얼리어답터라 할 만한 남성들이었는데, 교육과 경험을 제공하면서 가족 단위로 고객층도 넓어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ESG 경영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기업들의 넷제로 컨설턴트 역할도 시작했다. 금융권부터 방산기업에 이르기까지 굴지의 대기업들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컨설팅을 요청해오고 있다. “저희 제품을 대량 매입해서 발전 시스템이 없는 개도국에 기부하면,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는 탄소배출 저감 성과를 기업들이 탄소배출권과 연계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저감도 제대로 대응 못하면 리스크가 되지만, 오히려 이를 신사업 기회로 삼을 수도 있어요. 이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노마드가 광범위한 넷제로 컨설팅을 하게 된 데에는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측정과 진단을 해왔던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제품을 생산하고 제작하면서 자체적으로 탄소배출을 밸류체인 기반에서 측정하고 진단하는 업무를 해왔어요. 생산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해온 데이터 등이 기반이 되다 보니, 저희가 밟아온 단계를 적용하기만 해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됩니다.”
박 대표는 향후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업으로 이노마드의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에너지 하나만 하기에는 비즈니스모델이 협소합니다. 문화부터 예술, 모빌리티, 빌딩,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관계를 만들면서 넷제로솔루션 종합 관리역을 하고 싶습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