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이담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신규 수익원 확보를 위해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고 금융산업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투자일임업 진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정부가 대출규제에 나서며 이자 수익이 감소된 데다핀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 금융당국에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투자일임업은 금융사가 고객 자산을 위탁 받아 대신 운용해주는 금융업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선 증권, 보험, 운용, 자문사만 가능하다. 은행은 투자일임업은 할 수 없고 투자자문업만 허용돼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은행권에 투자일임권 진출을 허용하게 되면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적금 등 안전자산 선호가 높은 은행 고객에게 원금 손실이 가능한 투자성 상품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유사한 피해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사례엔 은행이 불완전판매로 보상을 한 경우가 빈번하다.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만기 도래 적금 1건과 만기 미도래 적금 11건을 중도해지하게 하고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은행 직원이 임의작성한 후 DLF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나중에 은행이 75%를 배상한 적이 있다. 고객에게 기초자산인 미국과 영국의 CMS(이자율 스와프·Constant Maturity Swap)를 잘못 설명한 채 DLF를 판매했다가 65%를 배상해주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금융투자업계는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 금융소비자법 제정, 은행에 대한 고난도 상품 판매규제 도입 등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정책 취지와 거꾸로 간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은행권이 계열사나 자사 상품 판매에 힘쓰면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산업의 불균형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업점과 직원 수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은행권이 은행업 이외 영역으로 업무 범위를 확대하면 은행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현재 투자일임업 시장은 자산규모 648조원에 업자 수는 463개사로 경쟁이 극심한 상황이다. 은행권의 진출로 중소규모 일임업자들은 고사할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있다. 미국은 은행에 투자중개업이 허용돼있지만 사실상 증권사와의 계약을 토애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은행업 경쟁도 평가에서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평가위원들이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금융위도 이에 발맞춰 제도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