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재판 전 공소장 공개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글을 올렸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논란에 대한 내용이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추 전 장관은 ‘검찰은 그동안 재판도 받기 전에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공소 사실을 언론에 흘려 여과 없이 보도하게 해 유죄의 예단과 편견으로 회복할 수 없는 사법 피해자를 만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도 움직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유출과 관련한 진상조사를 대검에 지시했다. 대검은 지시 당일 조사를 시작했다.
박 장관이 조사 근거로 삼은 규정은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이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직후 제정된 이 규정에 따라 법원에서 1회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공소장 공개는 금지된다. 예외도 있다. 공개가 필요한 사안은 별도 위원회 논의 후 피의 사실에 관한 사실관계를 공개할 수 있다.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대한 이중 잣대는 여기서 드러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 의혹 사건’은 기소와 동시에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n번방 사건’은 기소 전에도 수차례 언론브리핑이 열렸다.
박 장관은 2016년 야당 의원 시절,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녹음 파일 공개를 주장하기도 했다. 수사 상황 공개를 요구한 명분은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였다. 하지만 현재 그는 정권 관련 수사에 대해선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공소장 공개 문제는 검찰의 1차 공판 이후 공개냐, 그 이전 공개냐 정도의 차이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 재판 전 공개돼 실제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게 말한 대로, 법원이 ‘법률적인 것은 뒤로’하고 ‘정치적 상황 등 여러 영향’을 살핀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현재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원칙이 규정한 ‘공소 제기 후 공소 사실 요지 설명’의 기준이 불명확해 국민의 정보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해 9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소하면서 수사 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A4 용지 6장 분량 자료엔 ‘공개되는 범죄 사실은 재판 중으로 확정된 사실이 아님’이란 설명이 강조돼 있었다. 반면 지난 3일 서부지검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한동훈 검사장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공개한 공소 사실 요지는 한 문장에 불과했다. 같은 검찰청에서 여권 인사에 대한 공소 제기 후 공소 사실 요지 설명조차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정보접근권이 없는 시민은 이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를 통해 ‘의혹’으로만 접하던 사건의 실체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의혹을 그대로 두면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가짜뉴스’를 넘어 ‘진짜’ 가짜뉴스가 퍼질 수 있다. 가능한 한 빨리 실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