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한 아이의 등록될 의무는 국가의 의무”②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국장 인터뷰
“도대체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데요?”
출생신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의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반문이었다. 몇 년 전의 이 대화는 김희진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변호사)에겐 충격이었고 동시에 자극이 됐다. 정부가 가늠조차 못하는 ‘미등록 아동’ 숫자를 찾게 된 계기다.
그러고 3년이 지났다. 올 3월 김 국장은 헤럴드경제와 함께 무적(無籍)의 아이 찾기에 다시 나섰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UBR Network)에 참여하는 단체들이 함께 나섰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실태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가장 큰 변화는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이후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로 아동양육시설(보육원)으로 옮겨진 아이들이 여전히 많았다. 지난 3월 251개 아동복지시설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보니 출생신고되지 않은 상태에 놓인 아동은 146명(2019~2020년)이었다. 이 가운데 110명(75.3%)이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 이 숫자는 2018년 실태조사에선 약 80%였다.
이런 아이들을 온전히 기록에 올리고,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는 작업은 현장 실무자들의 몫이다.
김 국장은 “출생등록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야 될 책임 주체는 국가인데 사실상 일선 시설에서 아동의 출생등록에 관련된 일련의 절차를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공통적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출생신고를 마쳤더라도 마냥 안심할 순 없다. 아이는 모르는 ‘어른들의 이유’로 멀쩡했던 가족관계등록부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서다.〈5월 4일자 “호적 말소한 야속한 아빠…9살 소년은 부모만 기다려” 참조〉
김 국장은 “부모가 출생신고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친자가 아니어서 친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를 내서 확정판결을 받으면 아이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법적으로 그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힘 없는 아동의 입장에선 하루아침에 ‘미등록’ 국민이 된다. 온갖 복지체계에서도 벗어난다.
그는 “(현행법이) 가족관계 하나로 공적 정보를 구성하기 때문에 아동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이상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한 사람을 온전한 인격체로 보고 출생등록 될 권리를 우리나라가 왜곡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아동을 줄이는 보완적인 제도로서 ‘출생통보제’가 거론돼 왔다. 의료기관(산부인과)이 신생아가 태어난 사실을 공공기관에 직접 알리는 제도다. 지금은 부모가 직접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최소한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동에 대한 기록을 국가가 알게 된다면 출생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아동이 누구인지 찾아낼 수 있다.
김 국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출생통보제를 환영하면서도 ‘반쪽짜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출생통보제는 외국인 등록 안 된 사람들은 배제하는 형태로 논의가 되고 있다”며 “출생통보제도가 아동의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외칠 수 있으려면 모든 아동을 누락하지 않을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날이 들어있는 매년 5월은 아동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확 쏠리는 시절이다. 특히 사람들의 공분을 산 아동학대 사건이 여기저기 터진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관심이 컸다.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나 국적 또는 체류자격 같은 요인에 따라 아이들의 삶이 너무나도 달라집니다. 특정 시기에 이벤트성 대상으로 아동을 바라보지 말고 그들도 온전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지한 다음에 정책이 개편될 수 있는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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