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은 아시아 도시 5위의 GDP를 자랑한다. 이곳에 도착하면 모든 택시와 버스가 전기차임을 목격하게 된다. 어디서나 쉽게 충전소를 찾을 수 있으며, 5G 기반 자율주행 테스트 플랫폼 등 미래차 밸류체인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선전 경제를 이끄는 민영기업들은 미중분쟁의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친환경 신에너지차와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는 중국판 우버인 디디와 공동개발한 호출 전용 전기차를 공개하고, 수요가 폭증한 MCU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한, 모빌아이를 추격하는 중국 차량용 AI 유니콘 기업 호라이즌로보틱스와의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미국의 5G 통신장비 및 반도체 규제로 시름하는 화웨이는 올해 휴대폰 시장의 70~75%를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 화웨이 하모니OS가 장착된 베이징자동차 아크폭스의 신모델을 선보이면서, 돌파구를 미래차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줬다. 화웨이는 18개 자동차기업과 협업, 5G 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하여 자율주행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스마트카 부품 R&D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래차 시대의 보쉬(자동차부품 세계 1위 기업)를 꿈꾸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통신장비 기업 ZTE도 전기차 진출을 선언했고, 민영 드론 세계 1위 DJI는 5년간 연구한 자율주행 솔루션을 선보였으며, 거대 IT기업 텐센트는 헝다신에너지차와 스마트카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 모두 미국 규제를 받은 선전 기업들이다.

미래차 사랑은 실리콘밸리도 마찬가지다. 애플카는 아이폰, 맥북, 애플TV, 앱스토어로 연결되는 iOS와 맥OS의 애플 생태계를 미래차로 이어갈 수 있어 위협적이다. 엔비디아는 GPU가 자율주행과 AI에서 각광 받으며, 모빌아이를 인수한 인텔의 시가총액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선전과 실리콘밸리, G2의 첨단산업 기지에서 미래차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하지만 장밋빛만은 아니다. 자율주행에서 가장 앞서있다던 구글 웨이모는 실적 부진으로 CEO가 사임했다. 잘 나가던 테슬라는 센서와 카메라로 수집되는 정보가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중국 정부의 군대 및 국영기업 금지령에, 상하이 모터쇼에서 일어난 브레이크 결함 항의 소동으로 중국내 반감이 커지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의 불똥이 반도체에서 미래차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다만 반도체가 규제 일변도라면, 미래차는 시장 선점 경쟁의 성격이 짙다. 아울러 양국은 서로 얽히고설킨 구조로 총론 경쟁 속, 각론 공생의 양상도 일부 나타날 수 있다. 테슬라는 워런 버핏이 8% 넘게 가진 BYD의 지분 20%를 인수 추진 중이다. 애플은 텐센트 등과 함께 디디의 주주이며, 애플카에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참여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DJI는 인텔 CPU를 쓰고 있고, 지리차가 인수한 볼보의 차세대 자동차 자율주행 컴퓨팅에는 엔비디아 부품이 사용된다.

미래차는 경계 융화가 일어나는 빅블러 현상이 뚜렷한 산업이다. 달리는 스마트폰으로 IT와 기계산업의 융화는 필수적이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는 샤오펑의 CEO는 참여기업이 늘어나면서 미래차 시장의 파이 또한 커질 것이며, 기업 간 합종연횡 끝에 10여 년 뒤에는 모바일 시장과 같이 5~10개 플레이어로 정리될 것이라 내다본다. 우리도 미래차 시대 소부장 육성을 위해 자동차 업계에 더해 IT, 신에너지 업계를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이 긴요해 보인다.

구본경 코트라 선전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