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토지보상 받는 맹지 경매에
응찰자 14명 몰려…낙찰가율 150.4%
“토지보상 기대한 투자수요 몰려”
투자이익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올해 하반기 토지보상에 들어가는 부천 대장 신도시에 속한 감정가 1억2000만원 짜리 맹지가 1억8000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보상을 노린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150%에 달하는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7일 경매업계, 지지옥션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경매7계에서는 부천시 대장동에 있는 대지 2필지 172㎡가 입찰에 부쳐졌다. 감정가 1억2143만원에 나온 이 토지는 응찰자 14명의 경쟁 끝에 1억8262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50.4%다. 올해 3월 기준 전국 토지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 75.8%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토지의 지목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인 ‘대(垈)’나 현재 ‘전(田)’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지적상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토지)로 인접필지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맹지는 대개 개발이 어려워 시세가 낮게 형성돼 있을 뿐 아니라 경매에서도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 토지의 경우 3기 신도시 ‘부천대장 공공주택지구’에 전면적이 편입돼 있어 토지보상을 기대한 수요가 몰린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토지의 경우 특히 개별성이 강해 일률적으로 매각가율을 비교 평가하기 어렵지만 해당 토지의 경우 매우 높은 편”이라며 “2·3순위 응찰자도 높은 매각가격을 제시한 것을 보면 투자자가 3기 신도시 편입을 호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2순위 응찰자는 감정가의 133.3%인 1억6190만원, 3순위 응찰자는 감정가의 124.7%인 1억5143만원을 각각 입찰가로 적어냈다.
그러나 낙찰자가 향후 토지보상으로 투자이익을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경매 물건은 호가나 시세를 감안해 감정가를 평가하는 반면 토지보상 감정평가는 손실보상의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개발이익을 배제한 표준지 가격 기준으로 이뤄진다. 동일한 시점에서 감정하더라도 가격 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이 토지의 감정가는 지난해 12월 30일을 기준으로 올해 1월 산출됐다. 토지보상 감정평가의 기준이 되는 사업인정 시점, 즉 부천 대장 신도시에 대한 지구지정일인 지난해 5월보다 7개월여 지나 평가한 가격인 셈이다. 이에 토지보상가가 7개월간의 추가 지가변동률이 반영된 경매 감정가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부대비용인 소유권이전 등기 비용이나 법무사 수수료 등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토지보상·부동산개발정보플랫폼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에서 토지보상이 시작되면서 개발사업지구에 편입된 경매 물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토지보상가와 경매감정가는 차이가 있다. 막연한 기대감에 토지보상을 노리고 입찰에 나서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