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작설’ 사실관계 따져보니
변호인 “檢 USB PC접촉 증거오염”
“증거채택 안된다”가 “조작” 비약
檢 “디지털포렌식 위한 과정” 주장
일부 정치권에서 정경심 교수 1심 재판에 쓰인 증거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다는 주장은 실제 공판에서 나온 변호인 의견과 거리가 있고, 향후 재판에서 중요 쟁점으로 다뤄질 지도 미지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엄상필)는 오는 10일 자본시장법 위반과 사문서 위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기일을 연다. 이날 검찰은 변호인이 문제 삼고 있는 ‘동양대 PC 증거채택 불가’ 주장에 대해 반박할 예정이다. PC는 2014년 4월 포맷됐지만, 동양대 표창장 상장 양식과, 최성해 총장의 직인파일이 복원됐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증거조작설’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검찰이 표창장 위조 파일을 동양대 PC에 넣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파일이 생성된 시점에 컴퓨터가 있던 곳이 서울 방배동 정 교수 자택이 아니라 경북 영주 동양대여서 물리적으로 범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유튜버나 여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떠돌던 ‘증거조작설’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검찰이 재판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 내용을 그대로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문제화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의원은 “5월 10일 열릴 항소심 공판이 조국 사건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 조국사건이 이 재판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주장은 항소심 1차 공판에서 나온 변호인의 입장과도 거리가 있다. 지난달 12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은 동양대PC에 검찰의 USB가 접속된 이력을 거론하며 “증거 오염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작’이라는 주장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 USB를 접속한 흔적이 있기 때문에 증거로 쓰지 말아달라고 한 요구가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넣었다’로 비약된 셈이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위해 통상적인 과정을 거쳤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문제삼은 USB는 디지털 포렌식팀이 사용하는 것으로, 일련번호가 부여돼 있다. 접속된 시간은 1분10초 가량이다.
표창장 파일 생성 당시 컴퓨터가 경북 영주에 있었다는 주장은 변호인단이 자체적으로 PC 포렌식을 한 이후에 기존에 제출되지 않았던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언급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정 교수 서울 방배동 자택에 할당된 IP는 끝자리가 137인데, 마지막 자리가 112인 IP가 14개 기록됐다. 112로 끝나는 IP 접속기록이 나온 시기는 2012년 11월~2013년 5월로, 정 교수의 컴퓨터가 어디에 있었는지 명확치 않다는 주장이다. 앞서1심 재판부는 “적어도 2013년 2월8일부터 2014년 4월 11일까지는 PC가 정 교수 자택에 설치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범행시점에 PC가 동양대에 있었다’는 여론과는 달리 변호인이 제출한 137 끝자리 IP는 동양대 주소라고 밝혀진 바가 없다. 법정에서 변호인도 동양대 IP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검찰은 정 교수 자택 인터넷 회선이 고정IP가 아닌 유동IP를 쓰고 있어 새로 제출된 숫자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IP를 통해 컴퓨터 소재를 다툰 것은 1심 재판에서도 나왔던 내용이다. 1심 재판부는 “공인IP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직접 관리하는 IP로 해당 IP 주소만으로 사용장소를 특정할 수 있으나, 사설IP는 공유기 등에서 할당하는 IP로서, 서로 다른 공유기에서도 동일한 IP 주소를 할당할 수 있기 때문에IP주소 단독으로는 사용장소를 특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조계에서는 여권 지지자들의 ‘증거조작설’이 항소심에서 유의미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사실관계를 다툴 수 없을 때 위법수집 증거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좌영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