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엠투소프트, 스페인 기업에 손배소
프로그램 전문지식 갖춘 변호사 투입
1심 패소 뒤집고 마침내 항소심 승소
해외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15년이나 지난 뒤에 라이선스 계약 위반을 이유로 수십억원을 물어줄 뻔 했던 국내 중소기업이 위기를 면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스페인 기반의 글로벌 회사인 스티마 소프트웨어(Steema software)가 국내 중소기업 엠투소프트를 상대로 낸 5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엠투는 2002년 스티마에게 40여만원을 지급하고 자신들이 개발하는 일종의 보고서 작성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응용프로그램을 구입했다. 보고서에 차트를 쉽게 삽입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인데 주로 보고서를 자주 만드는 학교와 공공기관에 판매됐다.
하지만 스티마는 엠투가 소프트웨어를 만들면서 15년 전 계약 당시 허락한 라이선스의 범위를 넘었다며 2017년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계약조항에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Programming interface)를 노출된 상태로 배포하면 안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엠투가 노출된 상태로 이를 팔았다는 것이다. 인터페이스를 공개할 경우 엠투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사람은 스티마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엠투는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추가적인 라이선스 없이 조건을 위반해 스티마의 프로그램을 생성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 판매한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배상액은 13억원을 인정했다.
1심에서 패소한 엠투는 대리인을 법무법인 광장으로 교체하며 항소했다. 광장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소송인 점을 감안해 서울고등법원 지식재산권부 판사를 역임했던 김운호 변호사, 특허법원 판사 출신의 김부한 변호사를 포함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맹정환 변호사를 투입했다.
광장은 항소심에서 이번 분쟁과 유사한 외국 프로그램 제조사들의 라이선스를 분석해 제시하고, 전문가 증인으로 컴퓨터공학과 교수들을 불렀다. 1년 6개월에 걸친 항소심 기간 동안 수차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라이선스 조항의 기술적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엠투의 소프트웨어가 ‘프로그램 가능한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노출하고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엠투의 제품만 산다고 해서 스티마의 제품을 구매했을 때와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사건을 대리한 맹정환 변호사는 “항소심 초반 재판부에 프로그램의 기초부터 다시 설명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 승리의 요인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글로벌 IT 기업들이 우리 중소업체 등에 프로그램을 판 뒤 십여년이 지나 라이선스 위반을 주장하며 수십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번 판결이 이같은 소송을 하는 중소업체들에도 많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서영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