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사람의 행복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유언을 남기고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은 생전에 행복에 관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마지막까지 이 말을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평소에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해 엄격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시간을 내주는 게 자기 희생이고 자기가 행복한 길이는 말을 했다. 오전 4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꽉 짜인 사제로서의 삶에서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저술사목’으로 불릴 정도로 정 추기경은 많은 책을 펴냈다. 그가 그 안에서 누차 강조한 것도 행복이었다. 그가 발견한 행복의 비법은 무엇일까?
저서 ‘정진석 추기경의 행복수업’에선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인간이 행복하기를 바라신다. 따라서 사람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선행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 영광이 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나와 똑같은 존재인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로 나아갈 수 있다. 정 추기경은 이를 아는 게 행복의 밑거름이라고 봤다.
“내가 단 하나뿐인 독특한 인간이라는 사실은 내 삶의 의미를 더욱 깊이 자각해야 할 필요성과 의무를 알려 줍니다.”(‘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
“태양빛은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골고루 비춥니다. 하느님은 선인에게나 악인에게나 애틋한 음성으로 상냥하게 속삭이십니다.”(‘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
정 추기경은 구체적으로는 선한 행동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여겼다. 인간은 선을 행할수록 더욱 자유로워지며, 인간은 창조주를 따름으로써 완전한 행복에 이르며, 선행은 자기 자신과 이웃의 진정한 선익에 이바지하는 행위란 것이다.
“공동체를 위하여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면 하기 싫은 일이라도 자원해서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고도 했다.
정 추기경은 또한 행복은 함께 누릴 때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행복은 혼자 누릴 수 없고 반드시 함께 누리는 것입니다. 자기가 바라던 부귀영화를 누리더라도 혼자만의 부귀영화는 외롭고 쓸쓸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없습니다. 남이 나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고 함께 공감해 줄 때 비로소 내가 행복한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질그릇의 노래’)
“ 사랑하는 사람의 원의를 이루어 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인격을 존중해 주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것이 참사랑입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질그릇의 노래’)
행복을 방해하는 걱정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질구레하고 사소한 욕심을 줄이는 것이라며, 옳지 않은 것을 원하면서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80세가 넘으면서 육체의 기능이 퇴화하는 것을 경험하며 더욱 더 하느님께 가까이 갔다.
“ 나의 여생이 얼마 남아 있는지 모르지만 내가 건강하게 일어나는 나날을 마치 마지막 날인 듯이, 마치 나의 유일한 날인 듯이 살고 저녁노을을 감격하며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인생은 매일 순수한 날, 매일 후회 없는 날, 매일 착실한 날, 매일 보람찬 날, 매일 선행의 날이 될 것입니다.”(‘질그릇의 노래’에서)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