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무려 1억2500만달러를 들여 만든 화성 탐사선이 화성에 도착하자마자 폭발해 버렸다. 이유는 서로 다른 단위 측정법 때문이었다. 프로그램을 짤 때 한 팀은 야드 파운드를, 또 다른 한 팀은 미터법을 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훨씬 낮은 궤도에 탐사선이 진입하게 됏고, 탐사선은 대기권과의 마찰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고 만다. 이는 표준화의 중요성에 대해 큰 값을 치른 일화다.

우리 선조는 세계 최초로 표준화된 기상관측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바로 ‘측우기’를 통해서다. 당시 중앙정부는 통일된 규격의 측우기를 지방 관청인 감영(監營)에 배포해 전국적인 강수관측망을 구축했다. 관측된 우량을 하루 3차례 고을 수령이 직접 왕에게 보고하도록 했으니, 세계 최초의 표준화된 기상관측망이 우리나라에서 구축됐던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측우기로 시작된 기상관측 표준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이제는 데이터의 수집·활용과 더불어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기상관측망의 확대와 다변화, 4차산업 시대에 발맞춘 공학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과거 사람이 직접 관측해오던 기상관측 요소 대부분이 자동화됐다.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활용성과 편의성을 증대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관측장비를 규격화하고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는 내구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성능 검증 방안을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듯 신뢰도 높은 관측자료 생산을 위해서 기상청은 지난 60여년간 ‘기상측기 검정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기상측기를 설치하기 전 측기의 외관, 기본 구조, 정확도를 검사해 일정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관측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기상측기 형식승인제도’를 통해 기상관측자료의 품질과 신뢰도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 기상측기의 형식 승인이란, 기상측기를 제작·수입하려는 경우 안정성과 성능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용품의 정확도와 내구성 등을 평가해 승인하는 제도다. 즉, 365일 무중단 운영되는 기상측기가 도서·산악·해안 등 다양한 외부 환경에서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종합적인 성능을 검증하려는 것이다.

기상측기의 형식 승인은 해당 제품에 대한 공인 기관의 인증을 받는 것이며, 품질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관련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바람이기도 하다. 우리 기상산업체도 이제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고는 성장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해 있다. 이를 위해 장비의 품질 향상은 필수적이다. ‘기상측기 형식승인제도’는 장비의 종합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확(正確)’이 바르고 확실함을 의미하는 반면 ‘적확(的確)’은 정확하게 맞아 틀리지 아니함을 뜻한다. 기상청의 ‘정확한 예보’ 생산을 위해서 ‘적확한 관측’은 미덕이 아닌 필수 요소다. 그리고 다양한 외부 환경에서도 관측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측자료를 생산하는 기상측기의 종합적인 품질 확보가 우선시돼야 한다. 측우기로 시작된 기상관측 표준화의 역사가 ‘기상측기 형식승인제도’를 통해 더욱 정확하고 견고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광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