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파도만 본 것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 데 말이요” 영화 관상의 막바지에 주인공이 읊조린 대사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주식시장이 떠오른다. 투자자들은 파도(주가)를 바라보고 울고 웃지만, 파도(주가)를 만드는 건 바람(기업이익)이기 때문이다.

나라 별로 백신 보급 속도가 조금씩 다르더라도, 내년 주요 국가이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든지 예측 가능한 미래다. 당연히 기업은 재고를 쌓아갈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운임이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반도체도 부족해졌다. 운임이 오르자 해운주가 돈을 벌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자, 가격 전가가 가능한 기업들 이익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반도체 가격이 오르자 관련 기업들의 수주도 늘어난다. 바람이 주가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불고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 이익 기댓값이 빠르게 오르자 밸류에이션 부담은 감소했다. 미국은 이익 기대치(12개월 선행)가 코로나19 이전 고점을 넘어섬에 따라 12개월 선행 PER은 코로나19 쇼크 이후의 평균 수준인 22배에서 등락을 거듭할 뿐이다. 한국은 이익기대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아직 2018년 고점 대비로는 13% 낮다. 12개월 선행 PER은 연초 14.7배를 고점으로, 현재는 13.3배까지 하락해 있다. 주가는 1월과 비슷하지만, 이익추정치 상향 조정과 2022년 EPS 가중치 증가로 낮아졌다.

여기서부터가 고민이다. 정상화를 기대하며 주가가 회복했지만 2분기 이후에는 바람의 세기가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일단 기업이익의 선행지표인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5월을 기점으로 증가율은 꺽인다. 공급망 훼손으로 급하게 진행되었던 재고 쌓기도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다. 2년 간 이어진 멀티플 확장)장세에서 한 단계 올라서려면 EPS가 기대이상으로 높아져야 한다.

이후 원자재 공급발 Cost Push 효과가 향후 기업 이익에 부담이 될 것이다. 현재 KOSPI200 기준 2021년 영업이익은 추정치는 약 191조원인데, 이는 연초 대비 약 6.7%가 상향 조정된 수치이다. 이익추정치 상향 조정은 반도체 업종의 기여도가 가장 컸고, 화학과 철강·금속 등 소재와 증권, 은행 등 금융 업종이 가장 높은 기여도를 기록했다. 은행과 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 재고 쌓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비이성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보다는 미래의 기대감을 반영한 수치임에는 분명하다. 더 상승한다 하더라도 퇴로를 만들어 두고 접근해야 한다. 언제든 가격 조정이 출현해도 이의를 달기 힘든 밸류에이션 수준이다. 당장은 더 큰 위험을 부담하여 수익 늘리기에 고민하기 보다, 실수를 줄이는 투자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2022년을 바라보는 투자는 2분기가 아닌 3분기 실적을 본 뒤 시작해도 늦지 않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