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배우 윤여정(74)이 25일(현지시간)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윤여정은 이날 제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21)에서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윤여정은 한국배우 최초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시아 배우가 됐다.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배우 브래드 피트의 호명에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이날 아카데미 관계자와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또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느냐”며 “그저 내가 운이 좀 더 좋았거나,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특별히 환대해 주는 것 같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이날 시상식 전 윤여정은 염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백발 머리에 짙은 남색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서서 한 미국 연예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배우로서 처음으로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우리에게 이것은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당연히 우리는 무척 흥분되지만, 나에게는 정말 신나면서도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나리’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은 촬영 당시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빌려서 같이 지냈다”며 “그것이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이다.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나리’ 의 한국 할머니 ‘순자’ 역할과 실제 삶이 얼마나 비슷하냐는 질문에는 “사실 저는 (영화에서와 달리) 손자와 살고 있지 않다. 이것이 영화와의 차이점”이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 오스카 레드카펫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예전과는 달리 간소하게 진행됐다. 오스카 시상식은 2002년 이래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렸으나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메인 무대가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바뀌었다.
평상시와 같았으면 돌비극장에는 대략 후보자와 관객 등 3000명이 모여 시상식을 빛냈으나 올해 시상식장인 유니언 스테이션에 초대받은 사람은 170여명으로 제한됐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는 1980년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딸 모니카(한예리)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공개 이후 크고 작은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 개가 넘는 상을 받았고 이 중 30여 개를 윤여정이 받으면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