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비재 수입의 대부분 담당
처음 부임때 물동량 급감 눈앞 ‘캄캄’
확진 의심자 정보교류 채널 만들고
비접촉 하역시스템 구축 운영 정상화
온라인마케팅으로 신항로.화주 개척
코로나 사태 불구 물동량 증가 ‘기염’
내항 재개발 ‘골든하버’ 관광단지화
“인천시민에게 바다를 돌려드리겠다”
코로나19에도 우리나라 수입은 지난해 별다른 탈 없이 이뤄졌다. 해외배송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원할하게 진행됐다. 물동량은 늘어났고, 물류 대란도 크게 없었다. 수입선박 승무원, 하역 근로자 등이 수·출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감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당연한 일’이라고 하지만, 이런 결과 속엔 숨은 일꾼이 있었다. 최준욱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그렇다.
최 사장은 지난 15일 송도 IBS타워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인천항 물동량이 계속 떨어졌고, 정부 부처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3월에 부임하니까 눈앞에 깜깜해졌는데, 인천항이 코로나19로 막히면 사실상 서울 수입이 마비되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만약 인천항이 ‘셧다운’ 되면 속된 말로 ‘끝장’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인천항 막히면 서울 수입 마비된다는 심정으로=최 사장은 “우리 직원이 확진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항만현장에서 코로나가 퍼지면 터미널 운영사, 선원, 도선사, 항운노조원, 트럭기사 모두가 일을 못하게 된다”며 “그래서 조치한 것이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 즉시 봉쇄 원칙을 세웠고, 이를 위해서 검역소와 항운노조가 수시로 확진 의심자 정보를 오갈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인천항 물동량은 부산항에 이은 2위다. 동양최대 갑문이 설치돼 있고, 선석수는 125석에 달한다. 게다가 수도권으로 들어가는 소비재 수입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인천 물동량의 70%는 소비재인데 이중 대부분이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제품이다. 서울에서 소비하는 원목 100%, 곡물 65% 가량이 인천항을 통해 수입된다.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수·출입 현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시행한 이유도 물동량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대외교역의 핵심 관문이 닫히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최 사장은 “코로나 선원확진자가 나오면 검역소에서 작업을 이틀동안 못하도록 돼 있었다”며 “말이 이틀을 쉬는 것이지 작업이 멈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역소장하고 논의해서 ‘그렇게 하면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냈고, 확진자를 접촉하지 않고서도 하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인천항은 코로나19 사태 1년 동안 멈춘 적이 없다. 그는 “터미널에서 3차례 가량 확진자가 나왔는데, 즉시 부분 봉쇄를 했다”며 “컨테이너 세척을 하는 분들이었고 봉쇄가 먹혔기 때문에 터미널 운영은 쉰 적이 없고, 직원 확진자도 나온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역문제로 인천항 절차가 지연되면 병목현상이 생겨 경제 악영향을 미친다”며 “정말 ‘큰일난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원할한 수출을 위해 중고차 업계와 협력도 강화했다. 중고차 수출물량 90%는 인천항을 나간다. 42만~43만대 가량이다. 지엠(GM) 부평공장 물량도 연 30만대 가량 수출된다. 자동차만 72만대가 인천항을 거쳐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최 사장은 “코로나19로 신차를 운반해야 하는 수요가 넘쳐나다 보니까 1~2월에 중고차 나갈 배가 없었다”며 “차량 전용선이 들어올 때 내는 비용을 면제해줬고 주변 공터를 구해서 주차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물동량 늘어난 인천항=역설적으로 인천항 물동량은 코로나19를 맞은 지난해 늘어났다.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327만TEU로 2019년 309만TEU에서 5.8% 증가했다. ‘집콕’ 기조로 인터넷 쇼핑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원할한 방역과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이 한몫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마케팅 방식을 온라인으로 바꿨다”며 “3월까지 계속 줄어들던 물동량이 뛴 것도 그때”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주요했던 것이 극동러시아 항로를 비롯한 신항로 개척”이라며 “원하는 항구 루트를 만들어주기 위해 선사를 상대로 항로를 열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때마다 화물이 있냐고 묻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화주를 유치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화주는 중부권에서 유치했다. 충청권은 전체 화물 중 11~18% 규모다. 중부권 화주들에게 항로유치를 약속했고, 동시에 선사쪽엔 화물을 연계했다.
이에 인천항만공사는 지난해 동남아 4곳, 러시아·중국 각각 1곳 등 6개 신항로를 개척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 진입한 물량에 대해선 일정부분 인센티브를 주기도 했다. 올해에도 선복량 확보를 위해 추가비용을 일부 인천항에서 부담해주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 시계는 내항 재개발, 인천 르네상스 꿈꾼다=코로나 사태가 일단락 나면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으로는 인천 구도심 재개발 사업이 꼽혔다. ‘인천 바다’ 하면 수십년째 생각나는 월미도가 아닌 공원과 관광자원이 있는 새로운 도시로 변모시키겠다는 것이다. 인천항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다.
최 사장은 “인천은 수도권 경제지원을 위해 항구를 만들고 원자재를 운받하는 통로역할을 하면서 도시환경 피해를 봤다”며 “인천항 1부두와 8부두를 재개발하고 국제터미널 쪽에 골든하버를 조성해서 관광단지를 개발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골든하버는 부지만 13만평에 달하고 개발될 공원까지 합치면 총 20만평에 달하는 규모다. 내항 전체 규모는 100만평에 달한다.
그는 “솔직히 인천에서 바다를 구경할 곳이 어디 있느냐”며 “월미산 꼭대기에 올라가야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항 옆이기 때문에 관광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 ‘인천 가면 어딜 가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답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특히 인천항이 인천시민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항구가 건설되면서 바다 마을이라는 의미보다는 인천이 산업 첨단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인천이 녹색도시가 아닌 회색도시가 된 이유 중 하나가 항구라는 인식이다. 남은 문제는 지역주민, 시민단체 설득이다.
최 사장은 “내항 재개발은 우리 땅을 내놓고 공원을 만들어 시민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인데, 간혹 ‘땅 장사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며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수익을 내려는 것이 아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도 돈이 안되겠다고 손을 놓은 사업을 인천항이 지금까지 시민에게 진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태화 기자
사진=박해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