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백신기업 큐라티스 MOU 체결
롯데는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인수 검토
“따라 잡아보자” 삼성·SK그룹도 큰 관심
전문가 “단기승부 아닌 긴 호흡 접근을”
최근 바이오 산업이 큰 폭의 성장을 보이면서 그동안 바이오 사업과는 거리를 두었던 기업들도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오리온과 같은 유통기업은 물론 KT, 현대백화점, 인터파크 같은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을 시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삼성·SK같은 대기업이 10여년 전부터 투자한 바이오 사업이 최근 몇 년 사이 성과를 보이자 다른 기업들도 새로운 먹거리로 바이오를 점 찍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 사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사이클이 긴 만큼 단기간 승부가 아닌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오리온, 큐라티스 백신 기술 도입하고 중국 시장 진출 준비=오리온홀딩스는 최근 국내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 기술도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3월 설립한 중국 내 합자법인을 통해 큐라티스의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 기술을 도입하고 중국 내 임상 및 인허가를 추진하는 등 중국시장 내 결핵백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큐라티스는 중국 내 임상을 위한 개발 및 기술 지원을 맡고 오리온홀딩스는 합자법인을 통해 자체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중국 파트너사인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은 현지 판매를 담당할 예정이다.
현재 결핵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BCG만이 상용화되어 있고 영유아기 이후의 청소년 및 성인용 결핵백신은 없다.
큐라티스는 글로벌 백신 전문기업으로 국내 백신 자급화를 선도하는 등 성인용 결핵백신 상용화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큐라티스는 국내 성인용 2a상 및 청소년용 1상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에서 우수한 결과를 확보했다. 올 하반기 아시아 5개국에서 글로벌 후기임상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3월 산둥루캉의약과 중국 내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합자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160조 원 규모의 중국 제약·바이오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이 밖에 오리온홀딩스는 바이오 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진단키트의 기술 도입 본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중국 내 임상을 추진하기 위한 대행사 계약 체결도 진행 중이다.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부회장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동시에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술을 중국 현지 시장에 선보이는 등 국내 바이오 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 엔지켐 지분 인수 검토...인터파크 등도 바이오 사업 스타트=롯데그룹도 최근 바이오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달 바이오 벤처인 엔지켐생명과학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는 방안 등도 논의 중이다.
1999년 설립된 신약개발 기업 엔지켐생명과학은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녹용에 들어있는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신약 ‘EC-18’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EC-18은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특히 엔지켐은 자체 공장을 두고 있어 40여종의 원료 의약품에 대한 CMO(위탁생산) 사업도 하고 있다. 엔지켐 인수를 통해 롯데는 신약개발과 CMO 사업을 동시에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인터파크도 자회사를 통해 바이오 사업에 뛰어 들었다. 인터파크가 지난해 바이오융합연구소를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는 지난 해 약 100억원의 기술도입료를 투자해 표적 및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비씨켐과 항암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인터파크가 도입한 후보물질의 치료 기전은 전세계에서 아직 승인된 적이 없는 새로운 약물이다.
이외에도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현대바이오랜드로 바꾸고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시작했다. KT도 지난해 체외진단 기업 미코바이오메드와 MOU를 체결하고 감염병 진단 및 바이오헬스 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산업의 성장이 눈에 띄면서 다른 산업군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자신이 가진 기술과 결합하거나 아니면 기존에 기술력을 가진 벤처를 인수하는 방식 등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K 따라가보자”...“단기간 성과 바라면 안돼”=이런 바이오 사업에 대해 관심이 커진 배경에는 바이오 산업의 높은 성장세도 있지만 삼성과 SK 같은 대기업이 최근 몇 년 사이 바이오 사업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점찍은 바이오는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창립 9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사업 진출 9년 만에 제약바이오 업계 순위 5위권에 들어가며 전통 제약사들을 압도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이는 삼성이 집중한 CMO 사업 등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낸데 따른 결과다.
SK도 백신과 신약 사업으로 최근 몇 년 사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자체 개발 신약과 백신 사업으로 상장과 동시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몸값이 크게 올랐다. 특히 백신에 집중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팬데믹 상황에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및 자체 개발을 진행 중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의 성과는 최소 10년 이상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및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이오 사업의 속도를 유통과 같은 다른 사업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같은 경우 트렌드에 민감한 유통 사업처럼 단기간 성과보다는 5~10년 후를 보고 긴 호흡으로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며 “중간에 임상시험 실패 등 변수도 많기에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함께 있어야만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