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유엔은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정하고, 모든 국가가 장애인의 사회 참여 확대, 다른 국민과 동일한 기회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의 보장과 신장에 노력할 것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1981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해 기념하기 시작한 지 올해로 불혹(不惑)의 4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의 40년 장애 개념에 관한 역사는, 아니 내가 인식하는 장애 개념의 역사는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2019년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을 통해 나의 장애 개념을 찬찬히 돌아보게 됐다. 이 책에서 “내가 원래 결정 ‘장애’가 심해서” 등의 예를 들어가며, 비록 악의는 없었지만 차별주의자였다고 반성했다. 아무리 선량한 시민이라도 차별을 전혀 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고백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위치와 조건이 다르기에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하려 한들 편향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생각은 그 사회의 시야에 갇힌다. 모두가 평등을 바라고 그것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차별 경험을 공유하면서 은폐되거나 익숙해져 보이지 않았던 불평등을 감지해야 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 나 자신의 익숙함과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으려면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강한 여운을 남긴다.
최근 과학기술 발전과 코로나19로 사회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비대면이 확산되면서 미디어의 중요성이 커졌다. 장애인, 고령자에게 미디어는 배우고 익혀야 하는 대상이다. 2019년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수는 261만 8918명, 국민 100명 중 5명이 장애인인 셈이다. 고령자도 급증세인데 2025년이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장애인, 고령자가 어떻게 미디어에 접근해 이용하고 있는지 관심을 두고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TV 시청은 장애인·고령자의 주요 여가 수단이다. 최근 TV 시청 방법이 다양해져 많은 사람이 PC·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보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고령자는 어디에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 장애인방송이 제공되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에서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모바일기기에서 음성을 자막과 수어로 자동 변환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에 소외계층의 방송접근권 강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술개발과 정책이 뒷받침돼야 미디어의 장벽을 낮춰 장애인도 편리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다.
사람들은 디지털 세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 발을 들여놓기가 힘겨운 사람도 많다. 디지털 세상이 어떤 이에게는 편리함을 뜻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사회가 펼쳐놓은 또 하나의 장애로 다가올 수 있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복잡하고 어지러울수록 움켜쥔 손으로는 옆 사람을 잡을 수 없음을 기억하며 작은 것부터 변화를 꾀했으면 한다.
신현기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