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시행 새 노조법 시행령도 경영계 패싱 비종사조합원 사업장 출입·점거 기준 불명확 시행 코앞인데 정부 “세부사항은 노사합의로” 대표 교섭노조 기간·단협 기간 불일치도 문제

“노조에만 힘을 실어주는 노조법을 만들어두고 노사가 알아서 세부규칙을 만들라니 답답한 노릇이죠. 여기에 경영자에게 대항권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그마저도….”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올해 노사 간 단체교섭 과정에서 경영자측이 주의해야 할 사항을 묶은 ‘2021 단체교섭 체크포인트’를 발간했다. 매년 내놓는 체크포인트 자료지만 올해는 유독 분량이 많다.

개정 노조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관련한 논란에 경영진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사례별로 빼곡히 담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가 노조법 개정안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지만 시행되지만 노조원의 자격이나 가능한 활동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노조법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비준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말 여당 주도로 개정됐다. 경영계는 “노조법 개정안이 모호한 부분이 많은 만큼 시행령을 통해 보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요구사항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경영계가 보완을 요구해 온 부분은 ▷실제 업무를 보지 않는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 제한 ▷교섭 대표노조 지위의 유지기간 확대 ▷종사조합원과 비종사 조합원 수를 구분한 변경사항 신고 등이다.

우선 개정 시행령은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노조 활동 범위에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았다. 다만 이들의 사업장 출입 및 활동을 두고 “사용자의 효율적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만 명시했을 뿐이다.

경영계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사업장을 사용자의 재산권으로 인정해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독일에서는 사업장에 소속되지 않은 조합원이 회사 내에 들어가려면 사용자에게 어떤 종류의 활동을 할지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 뉴질랜드도 노조 대표가 사업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경총에서는 해고 조합원 등 비종사 조합원이 사용자의 승인 없이 사업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시행령에 명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장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 행위에 대해서도 시행령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해 조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한다”고만 했다.

노조의 과도한 직장 점거 행위를 행정관청이나 노동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경영계의 요청이 묵살된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기업별 특성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해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렵다”며 노사가 규칙이나 절차를 정해야 할 문제임을 강조했다. 각 회사의 노사가 알아서 협의해 정하라는 얘기다.

당장 오는 7월부터 시행령이 현장에 적용 되는 만큼 노사 협의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하고 노사 갈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장 지난달 자동차부품업체 호원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복수 노조 설립 적법성과 직원 해고 당위성 등을 광주 공장을 점거해 5일간 농성을 벌이면서 기아 광주공장이 생산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정부는 시행령에서 교섭 대표노조의 지위 유지기간도 2년으로 유지했다. 노조법에서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 것과는 상충된다. 어렵게 노사가 단체협약 체결에 성공하더라도 중간에 교섭 대표노조가 바뀌고 나면 협약 이행 여부를 두고 다시 노조와 사용자 간 줄다리기를 피할 수 없다.

경총 관계자는 “정부의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법 개정에 따라 기술적으로 바뀌는 부분만 담기고 개정 노조법이 현장 혼란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내용은 없었다”며 “노조의 자격이나 쟁의행위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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