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광주비엔날레 가보니 전시장 입구부터 갈림길… 오른쪽엔 이갑철 ‘충돌과 반동’ 왼쪽을 선택하면 샤머니즘 유물 긴 통로 지나 넓은 로비엔… 광주의 과거 소환한 회화·카페트 샤머니즘 재해석한 설치작품이
위성전시, 5·18 40주년 기념 아픔의 역사·치유 집중 조명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선택을 해야한다. 오른 쪽인지 혹은 왼 쪽인지. 막힌 검은 벽의 오른쪽을 선택한 관객들의 앞엔 사진작가 이갑철의 ‘충돌과 반동’시리즈가 펼쳐진다. 무당과 그들의 제의를 기록한 사진들이다. 왼쪽을 선택한 관객은 샤머니즘 유물이 기다리고 있다. 긴 통로를 지나면 넓은 로비가 펼쳐진다. 광주의 풍경으로 과거를 소환한 민정기의 회화, 광주의 기억을 반추해 대형 카페트로 직조한 문경원의 ‘프라미스 파크’, 샤머니즘 의식에 쓰이는 물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안젤로 플레사스의 설치작들이 자리잡았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4월 1일부터 열리는 제 13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전 들머리의 풍경이다. 주제를 해석하는 단일하고 명쾌한 작품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어리둥절 할 수도 있겠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제1갤러리는 로비로 탈바꿈했다. 곳곳에 긴 벤치가 관객들에게 휴식의 공간으로 작동한다.
마침내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지난해 9월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두 차례 연기한 끝에 겨우 관객과 만났다. 40여개국 69명 작가가 참여해 450여 작품으로 소통을 시도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 광주국립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광주극장에서 열린다. 또한 온라인 저널, 출판물, SNS에서 운영되는 ‘라이브 오르간’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든다.
전시의 주제인 예술적, 이론적의미의 ‘확장된 마음’은 샤머니즘, 억압의 역사, 페미니즘 그리고 어머니지구를 키워드로 한다. 광주비엔날레측은 “영어의 마인즈(Minds)는 지식인 구루를 뜻한다”며 “기존의 논리적 지성이 아닌 대안적 지성과 이들의 연대 그리고 치유를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전시에서 다루는 범위가 광활하다. 19세기 말까지 노르웨이와 핀란드에서 거주한 사미족의 여성들이 사용하던 ‘라조가피르’를 복원한 초학제적 프로젝트부터 친일파 92명의 초상에 포승줄에 채워 연행하는 장면을 담은 이상호 작가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 원형 천 끝에 LED를 달아 회전할 때마다 펄럭이는 치맛자락을 연상시키며 강력한 여성을 상징하는 릴리안 린의 ‘전기신부’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주제들이 백가쟁명한다.
다양한 목소리가 넘쳐나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달리 위성전시는 5·18 40주년을 기념해 광주가 겪은 아픔의 역사와 치유에 집중한다. 특히 구 국군광주병원에서 선보이는 ‘메이투데이’(MaytoDay)전과 지역작가 협업전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는 이 장소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령부에 연행돼 고문과 폭행으로 다친 시민 약 300명이 치료를 받은 곳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강력한 힘을 얻는다.
세계적 설치미술가 이불이 2018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오바드V’를 비롯해 검은실과 성경 낱장을 엮어 병원 본관 내 성당을 채운 시오타 치하루의 ‘신의 언어’, 한국전쟁 발발 직전 비무장 시민을 대상으로 자행된 민간인 학살 생존자로 평생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에 압장섰던 고(故)채의진 작가의 지팡이로 만든 임민욱의 ‘채의진과 천 개의 지팡이’등이 무너져가는 병원과 어우러진다.
전시 말미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문선희의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목소리’가 장식한다. 경사로 복도를 데이지 화분으로 채우고 구불구불한 길을 내 걸어갈 수 있도록 한 설치작품인데, 어린이들의 목소리로 5·18 당시를 증언한다. 국군광주병원은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트라우마센터로 바뀐다. 작가는 “꽃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관객들은 조심 조심 걷게 된다. 마지막 순간에 병원의 본질인 치유를 되새기고자 데이지 꽃길을 꾸몄다”고 설명한다. 권력의 횡포가 낸 생채기를 치유하는 건 예술의 힘이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광주=이한빛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