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핀 브런턴 지음,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시장이 뜨겁다. 앨런 머스크의 대규모 비트코인 투자와 금융권의 잇단 거래 허용 등 판이 커지면서 디지털화폐시장 전체로 관심이 커가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이 미래 화폐를 대체하게 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핀 브런턴 뉴욕대 미디어·문화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암호화폐 개발자들이 왜 이런 새로운 형태의 화폐를 만들게 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얘기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디지털 화폐의 창조는 컴퓨터 네트워크상에서 거래하고 검증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작업이다. 만들 수는 있으되 위조할 수 없고, 교환할 수 있지만 복제할 수 없고, 사용자의 신분에 관해서는 어떤 정보도 노출하지 않는 걸 만들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등 개발자들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하나하나 살펴나간다. 또한 이 창조 작업에 참여한 테크노크라트, 사이버펑크, 생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공상가들 등 가상화폐주의자들이 꿈꾼 세계도 들려준다.

▶질서 너머(조던 피터슨 지음,김한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밀리언셀러 ‘12가지 인생의 법칙’으로 유명한 조던 피터슨 토론토대 심리학 교수는 청년세대에 대한 위로와 처세술이 넘치는 시대에 좀 다른 주장을 펼친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더 강해져라.”며, 몰아친다. 치열한 경쟁과 계층구조는 자본주의가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의 승리이며, 능력에 기반한 위계구조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모든 억압과 불평등을 없앨 수 있는 만능 도구는 이 세상에 없다는 주장도 편다. ‘인터넷 아버지’로 불리며,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피터슨이 3년 만에 돌아왔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시대에 어떤 인생법칙이 필요한지 다시 새로운 계명을 들고 온 그는 혼돈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그 안에 잠들어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껴안으라고 조언한다. 권리를 요구하기 전에 책임을 지라고, 당장의 이익을 쫒아 순간적인 행복과 만족에 휘둘리는 삶이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 책은 ‘레버넌트-죽음에서 살아돌아온 자’의 기록이기도 하다. 한 해 전, 아내의 말기암으로 악화된 불안증으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온 그는 극심한 금단현상으로 자살충동을 겪게 된다.1년 넘은 치료과정을 거쳐 걷는 법, 단추채우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할 정도였던 그는 투병기간 책을 집필했다. 그가 고통 속에서 담금질한 인생의 법칙이 들어있다.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전2권)(김탁환 지음, 해냄)=김탁환 작가의 서른 번 째 장편소설. 역사소설과 사회파 소설을 주로 써온 작가의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남녀의 사랑과 일, 욕망을 그려낸 작품으로 원고지 약 2200매 분량이다. 2년 동안 크고 든든한 가방 같은 남자 독고찬에게 한없이 기대었던 다정은 더 이상 사랑이라는 핑계로 주저하거나 끌려다닐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동안 그의 결정에 따라왔던 다정은 이별을 통보하고 자신으로 살기를 선택한다. 그를 만나기 전, 연극배우, 아이돌 그룹 연습생을 꿈꿨지만 실패를 반복하며 자신다움, 색깔을 잃어버렸던 다정은 ‘그레이스’라는 가방회사를 창업, 자신의 또 다른 꿈에 도전한다. 예술가와 사업가 기질을 동시에 지닌 다정은 제품을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고 하나뿐인 가방을 만들어간다. 이 가방은 입소문을 타며 회사는 성장 가도를 달린다. 그러던 중 온라인 오더메이드 서비스 ‘트로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아서라는 첫 고객을 맞는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현장 방문 등 탄탄한 고증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해온 작가 답게 이번에도 가방 회사의 일원으로 1년여 동안 참여, 가방 공정과 비즈니스, 장인과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꼼꼼히 살펴 작품 속에 녹여냈다. 스스로 성장해가는 이들에 대한 응원을 담은 소설은 특유의 디테일과 추리기법, 영상로았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