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빅데이터→보험·로보택시 확장

애플, 서비스 매출 5년만에 9%→19.6%

국내제조업 강자들 서비스 진출 ‘지뢰밭’

전문가들, 기업 속도감 있는 변화 위해

“해묵은 규제·허술한 법안 신속 정비를”

#. 전기차를 파는 테슬라는 단순한 제조회사가 아니다. 고객이 차를 구매한 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면 서비스 비용을 받고 추가 기능을 차에 탑재해준다. 여기에 운전자들의 주행 습관과 유사 패턴, 차량 센서 등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 같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테슬라는 보험사업에 진출했고, 현재는 자율주행 상용차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구축 중이다. ‘월가의 황금손’ 캐시 우드가 소속된 아크인베스트는 “테슬라가 로보택시 서비스 구축에 성공하면 5년 안에 전기차 매출이 10배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현대차는 작년 10월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연간 시장 규모만 20조원에 달하는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이 제한됐다. 하지만 작년 초 지정 기한이 만료된 이후 이를 다시 심사하기 위한 정부 심의위원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중고차업계의 강력 반발에 더해, 범여권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10년 동안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국내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모두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있다.

변신하는 애플·테슬라, 한국 기업은 ‘제자리 걸음’

사상 유례 없는 ‘팬데믹 시대’를 지나면서 제조업 중심이었던 각국의 산업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소니·나이키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25일 헤럴드경제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공동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마켓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실제 글로벌 기업의 매출 비중에서 서비스 부문의 성장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애플의 경우 지난 2015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아이폰 판매 비중이 66%에 달했지만 서비스 부문은 9%에 불과했다. 서비스 부문 안에는 앱을 판매하는 ‘앱스토어’와 데이터 저장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음악 전송 서비스인 애플 뮤직과 애플 페이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아이폰의 비중은 50.2%까지 줄어든 반면 서비스 부문은 19.6% 수준까지 큰 폭으로 올랐다. 불과 5년여 만에 전체 매출에서 5분의 1수준까지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애플 이외에도 소니는 기존 전자기기 제조업에서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로 사업 구조가 전환됐고, 나이키 역시 3D프린팅 설계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맞춤형 제품 생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태윤 전경련 산업전략팀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제조업·오프라인 위주의 사업 영역을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반면 한국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제조업 선두 기업들은 여전히 기존 사업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묵은 규제·허술한 법안이 발목

전경련은 국내 기업들이 변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해묵은 규제와 지원 법안 미비 등을 꼽았다.

법안 미비의 예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꼽힌다. 이 법안은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공급과잉 업종만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등 제약이 커서 제도의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제도의 사용 빈도 자체가 적고, 실제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사업재편 취지에 맞는 상법 및 공정거래법상 특례로 활용되는 경우는 1%에 불과하다”면서 “적용대상과 관련 선제적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모든 정상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의 목소리와 거리가 먼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일변도’ 정책도 기업인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1월 전경련과 벤처기업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규제 3법 등 최근 기업규제 강화가 회사경영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는 질문에 ‘국내고용 축소’라고 응답한 기업은 37.3%에 달했다. 이어 ‘국내투자 축소’(27.2%)·‘국내사업장의 해외이전 고려’(21.8%) 등이 뒤를 이었다.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6.7%에 불과했다.

전경련은 국회 본회의 통화가 시급한 법안으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지목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제조업 대비 낮은 생산성을 보이는 서비스 산업을 장기적·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지만 지난 2011년 처음 발의된 이후 10년 동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해묵은 규제가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과 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서비스산업에 필수적인 디지털화가 정책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 측은 이를 위해 “기업디지털전환지원법,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 등이 하루라도 빨리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