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악 불황’시작됐다는 짐 로저스
국가 채무 급증…인플레이션 현실화
현대화폐이론은 환상, 금리인상 파괴적
위기 속에 기회…상품의 시대 주목
제프, 기술 혁신이 ‘좋은 디플레이션’ 조성
현재 가격인상은 신용·부채증가가 원인
저금리, 통화발행 한계, 비트코인 대안도
금리 인상과 물가상승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면서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각국의 전례없는 부채폭증과 미·중 갈등, 기술발전의 향배 등은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가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출간한 ‘대전환의 시대’(알파미디어)는 2021년 현 시점의 세계와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그는 주저없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불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의 채무가 과거에 찾아볼 수 없는 정도의 규모로 늘어났으며, 언젠가는 금리가 급상승, 수많은 사람과 기업이 파산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주식시장은 코로나 전부터 이미 버블이었으며, 최근 장세야말로 버블이 터지기 전 찾아오는 이른바 ‘과열장세’라고 진단한다. 이런 버블 장세는 좀 더 가속화할 수 있지만 ‘버블 말기’에 폭락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명약관화란 얘기다.
그는 세계가 이젠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돈을 계속 찍어낸 결과다.저자는 최근 각 정부가 돈 풀기의 논리로 내세우는 ‘MMT이론’ 즉 독자적인 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정부는 결코 파산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환상일 뿐이라고 못박는다.
코로나 쇼크로 변한 자신의 포트폴리오도 소개했다. 다만 싸고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찾아내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 관광과 항공분야, 일본 주식의 상장지수펀드, 러시아의 단기 채권 등이 목록에 들어있다. 코로나 이후 상품의 시대가 찾아온다는 주장도 데이터를 통해 펼친다.
저자는 각국이 문을 걸어잠그는 상황에서 쇄국은 역사적으로 좋지않은 결과를 보여준다며, 일본과 한국이 왜 함께 힘을 합쳐 세계를 바꿔보려 하지 않는지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주제를 깊이있게 다룬 책은 아니지만 코로나 19 한가운데에서 세계 경제 주요 이슈를 일별해 볼 만하다.
그런가하면 지난 20년간 기술 변화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경영자 제프 부스는 좀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코로나 19 대유행 이전인 지난해 1월 출간된 ‘미래의 가격(The Price of Tomorrow)’에서 저자는 기술이 디플레이션을 야기한다는 입장을 펼친다. 지속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종말을 고하고, 기술발전으로 고효율과 저비용의 풍요, 좋은 디플레이션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기술의 속성으로 설명된다. 기술이 우리 일상으로 더 깊숙이 침투해 들어올수록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디플레이션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사실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우리 경제 시스템은 여전히 노동과 자본이 불가분하게 연결된 시대,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의지하고, 결핍과 비효율로 돈을 버는 시대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 시대는 이미 끝났는데도 우리는 마치 그 시대의 경제 시스템이 아직도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스마트폰을 예로 든다. 1988년 모토로라 8000의 경우, 통화기능만 있었는데도 첫 요금은 로밍요금을 포함해 1200달러가 청구됐다며, 지금 스마트폰은 카메라, 손전등, 지도, 줄자, 달력, 지갑 등 수백 가지의 역할을 하는데도 거의 무료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산다. 이런 기술혁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저자가 말하는 디플레이션 풍요는 현재 계속 오르는 집값, 집세, 난방비, 식비 등을 보면 허황되게 들린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가격인상은 신용 거래와 부채의 엄청난 증가로 인위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세계 부채 현황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부채에 디플레이션이 더해지면 치명적임을 강조한다. 돈은 적게 버는데 내야할 이자는 그대로라면 대출금의 실질가치는 올라가고 채무불이행 급증, 신용거래 붕괴로 심각한 경기침체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채는 언제든 청구서로 돌아오고 해결책은 뻔하다. 긴축재정은 디플레이션을 발생시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자산가격를 폭락시킨다. 그와 함께 고용률이 낮아져 채무 불이행이나 구조조정을 초래한다.
정책 당국자들은 지속적인 저금리나 마이너스 금리환경 유지, 중앙은행의 통화발행, 현대화폐이론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이는 더 많은 부채를 발생시키며 청구서 지불 마감일까지만 유효할 뿐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경고 시점이 코로나 대유행 직전임을 감안하면 지금 그 심각성은 상상 이상이다.
기술에 의한 디플레이션, 풍요 속의 양극화 등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해 책을 썼다는 게 그의 고백인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비트코인을 세계 화폐의 가능성으로 제시한 점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대전환의 시대/짐 로저스 지음,송태욱 옮김/알파미디어
미래의 가격/제프 부스 지음, 강성실 옮김/한국물가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