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감자튀김에 뿌려먹는 유튜브 영상 화제
유기농·동물복지·비건 등 소비 트렌드 읽어야
지난해 6월 팬데믹으로 미국 뉴욕이 셧다운됐을 당시 현지 소비자들의 이른바 ‘사재기 품목’에 독특한 품목이 하나 포함됐다. 국내 식품 스타트업인 푸드컬처랩이 만든 ‘서울시스터즈 김치 시즈닝’. 유튜브에선 이 김치 가루를 피자와 감자튀김에 뿌려먹는 영상이 화제다. 미국 아마존에선 파우더계의 절대 강자 ‘시치미(七味)’를 제치고 ‘칠리 파우더’ 분야 1위로 올라섰다.
안태양 푸드컬처랩 대표는 1년이 넘는 개발기간을 거쳐 김치의 고정관념을 깬 ‘김치 시즈닝’을 개발했다. “김치를 가루로 먹는다”는 기발한 혁신은 K푸드를 사랑하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갈증을 ‘한 방’에 풀어줬다. 김치 시즈닝은 글로벌 식품 트렌드와 걸음을 함께 하는 식품이다. 젓갈을 빼고 만든 비건(완전한 채식) 제품이자, 글루텐-프리(Gluten-Free)이면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은 ‘논(NON)-GMO’다.
전성기를 맞은 K푸드가 지금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선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김치 시즈닝’은 K푸드의 성공 전략을 위한 필수조건을 단적으로 보여준 제품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국 식품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미국, 유럽 현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며 “지난 몇 년 사이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식품 트렌드는 ‘지속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유기농, 동물복지, 비건, MSC 인증 등 지구 환경을 돌아보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반영돼 전 세계 식품업계를 움직이고 있다. 안 대표는 “비건은 더이상 트렌드가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카테고리의 하나”라며 “앞으로 소비자들은 점점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것을 고민하고, 환경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K푸드를 재생산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박성권 세종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푸드테크를 적용하거나 철저한 리서치를 통해 현지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하고, 나라별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현지화 전략이 글로벌 시장 안착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치 시즈닝 역시 김치의 핵심인 젓갈을 빼는 대신 버섯으로 감칠맛을 내고,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른 매운맛을 더했다. “어중간한 매운맛이 아닌 확실히 매운맛을 더 선호하는 것”이 해외 트렌드라는 점을 반영했다. 그 결과 김치 시즈닝은 다양한 음식에 곁들이는 ‘만능 파우더’로 각광받게 됐다.
K푸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적절한 지원과 정책 마련도 따라와야 한다. 식품 스타트업이 꾸준히 등장하며 시장을 끌어가고 있는 현재, 뒤처진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지금의 식품업계는 제조사, 식품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라며 “기획력과 스피드를 강점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직접 제조에 뛰어들 경우 장점을 잃게 된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등 달라진 여건을 반영하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탁월한 기획력으로 생산한 K푸드를 비롯해 우리 고유의 식품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김치 시즈닝 역시 글로벌 인기를 모으자 곳곳에서 유사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박 교수는 “K푸드가 인기를 모으며 원천 레시피나 기술을 베끼고 공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라며 “특허를 걸거나 보호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