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인가, 아님 국가공무원인가.”
최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 위증·교사 의혹 사건’과 관련한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놓고 한 현직 검사가 던진 질문이다. 취임 후 박 장관의 행보를 볼 때 정치적 중립성에 의심이 든다는 얘기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박 장관이 스스로 내놓은 적이 있다. 지난달 24일 대전보호관찰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대범죄수사청, 공소청 신설과 검찰청 폐지 법률 관련한 질문에 “저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에 찬성한다는 뜻으로 “당론이 모이면 따르겠다”고도 했다.
박 장관의 답변을 알고 있는데도 현직 검사가 박 장관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는 이유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장관님 진상서’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글에는 “집권여당을 위해 장관 지위를 이용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검찰 내부에선 한명숙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 행사를 정치행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스스로 밝혔듯이 여당 정치인이다. 1991년 사법시험 합격 후 10년 가까이 판사생활을 했고, 20년 가까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2월 1일 제68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며 집권여당 대표까지 지낸 추미애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행보를 보더라도 박 장관은 정치인이다.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하며 청와대 민정수석을 패싱했다는 의혹을 받을 정도로 정치력이 대단하다. 박 장관이 ‘검찰개혁 시즌 2’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그의 정치력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 명령의 완성’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민생이 힘이 되는 법무행정, 공존의 정의 등도 언급했지만 국민의 명령인 검찰개혁의 완성과 권력기관 개혁과제를 가다듬고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 장관이 마음먹고 있는 일이 ‘검찰개혁’이라는 점을 취임사에서 이미 강조한 셈이다.
박 장관이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다만 법무행정을 펼치는 데에 정치적 중립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에 검찰 내부의 비난이 나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 장관의 앞으로의 행보도 관심사다. 먼저 이슈가 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관행에 대한 합동 감찰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그는 취임사에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낡은 관념과 작별하고 법에 규정된 절차를 준수하고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검찰권의 행사를 강조했다. 취임사 곳곳에 검찰개혁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정부 부처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필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부 승진을 통해 장관이 되면 조직은 안정되겠지만 개혁은 힘들어진다. 개혁을 하고 싶으면 정치인 출신 장관이 적임일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장관은 정치인이고 정무직 공무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개혁을 마음먹고 정치인 장관이 온 이상, 현직 검찰과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