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주 중 23개주서 사형 금지

州상하원 금지법 통과 이어 주지사 서명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사형제를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법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AP]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사형제를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법안을 들어보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버지니아주가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는 24일(현지시간) 사형제를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이로써 미 50개 주 가운데 사형제를 없앤 주는 23개로 늘어났다.

더힐은 “미국에서 사형집행 건수가 두 번째로 많은 주의 극적인 변화”라며 “법안은 사형제가 유색인종, 정신질환자, 빈곤층에 불균형적으로 적용돼 왔다고 주장해온 민주당에 의한 오랜 투쟁의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사형제 종식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 공화당은 희생자와 가족에게 정의를 가져다줘야 한다며 사형제가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양형 선택권으로 남겨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존치에 실패했다.

앞서 버지니아주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지난달 상원과 하원에서 사형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민주당 소속인 노덤 주지사는 이날 그린스빌 교정센터의 사형집행실을 둘러본 뒤 법안에 서명했다. 버지니아의 사형집행실은 1990년대 초반 버지니아주 교도소에서 이곳으로 옮겨진 뒤 102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노덤 주지사는 “오늘부로 이 주에서 사형을 집행할 장소는 없다”고 말했다.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사형제를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난 뒤 과거 사형에 사용된 기구를 살펴보고 있다. [AP]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사형제를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난 뒤 과거 사형에 사용된 기구를 살펴보고 있다. [AP]

그는 1973년 이래 170명 이상의 사형수가 결백을 밝힌 이후 죽음에서 해방됐다면서 사형이 흑인에게 불균형적으로 적용돼 왔고 항상 올바른 것이 아닌 흠결 있는 사법제도의 산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그게 옳다는 100% 확신 없인 극한의 처벌을 내릴 수 없고, 그 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극한의 처벌을 선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버지니아주는 식민지 시절 이래 약 1400명을 사형시켰다.

사형정보센터에 따르면 버지니아는 1976년 대법원이 사형제를 복원한 이후 113명의 사형을 집행했고, 집행 건수에서 텍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현재 버지니아에 남아있는 사형수는 2명으로, 사형제 폐지에 따라 이들의 형량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바뀌게 된다.

현재 사형제를 폐지한 주는 버지니아를 포함해 23개주이며, 그 외 3개주는 주지사가 사형 집행 유예 기간을 둘 수 있다.

이날 사형제 금지법이 통과되자 사형제 반대론자들은 현재 대부분 사형집행을 하는 미 남부에서 사형의 종말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던햄 사형정보센터 이사는 “버지니아 사형제는 노예제와 폭력적인 사적 제재, (남북전쟁에서 진 남부 주들이 흑인을 계속 차별하려 만든) 짐크로법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며 “과거 남부연합 수도의 입법부가 인종탄압 메커니즘으로 작용해온 사형제를 없앤 상징적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