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1월 1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1월 1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롯데그룹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생명과학(바이오) 사업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모두 큰 타격을 받으면서 롯데의 신사업 찾기가 더욱 분주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협력 방식으로는 지분 투자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이 거론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성장 과제들에 대한 다양한 투자 기회를 모색 중으로 엔지켐생명과학과의 협력도 검토 중인 여러 사업의 하나”라며 “실무 차원에서 논의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엔지켐생명과학은 1999년 창업한 신약개발 벤처기업이다. 원료 의약품과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글로벌 신약 개발 등을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도 임상시험 중이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엔지켐생명과학과 손을 잡으면 신약 개발과 동시에 CMO(위탁생산)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다.

롯데가 신사업 검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그룹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이 모두 경기에 민감한 탓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6조1844억원으로 전년대비 8.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1% 줄어든 3461억원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유통은 물론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롯데케미칼 실적도 부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위축과 유가 하락 등 각종 불확실성 및 투자 둔화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위축되고 석유화학 산업의 수급악화, 제품가격의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은 12조2230억원으로 전년대비 19.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3569억원)은 무려 67.8% 감소했다.

반면 바이오산업은 유통과 화학과 비교하면 경기에 덜 민감한데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기업 집단의 성공적인 바이오산업 진출도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룹 차원의 새 먹거리 확보는 신동빈 회장이 올해 초 VCM(사장단회의)에서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신 회장은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롯데그룹이 e-커머스사업(롯데온)의 부진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상황이다. 아직 롯데가 적극적인 매각의지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시너지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신 회장의 주문처럼 과감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롯데온은 e-커머스업계에서 한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며, 유통기업 맏형으로서의 체면을 구긴 상태다. 지난달 조영제 e커머스 사업부장이 롯데온의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새로운 수장을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그룹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을 보고 놀란 이들이 많았다”며 “롯데 내부적으로 그만큼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새로운 대표 취임과 함께 추후 나올 대책들도 강도가 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