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에 주치의에 대한 인권교육 권고

천주교 인천교구 “인권 보호 이해 부족”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할 때 신분증을 제시받지 못했다는 진정인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경찰관 정복을 입었더라도 검문 대상자에게 경찰관 신분증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 중구 인권위 모습. [연합]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할 때 신분증을 제시받지 못했다는 진정인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경찰관 정복을 입었더라도 검문 대상자에게 경찰관 신분증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 중구 인권위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지난해 선종한 민주화 운동의 대부 고(故) 김병상 필립보 몬시뇰(원로사목)이 위암 판정 고지를 받지 못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몬시뇰이란 가톨릭에서 주교품을 받지 않은 명예 고위성직자의 명칭으로, 급수는 신부다.

인권위는 김 몬시뇰과 그의 가족을 피해자로 하는 제3자 진정을 조사한 결과 “당사자에게 위암 사실, 수술 가능 여부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아 환자의 알권리 등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며 해당 병원장에게 주치의에 대한 인권교육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신부는 1969년 사제로 서품받은 뒤 1977년 유신 헌법 철폐를 요구하는 기도회를 주도하고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공동대표와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을 지내는 등 반평생을 민주화와 사회 운동에 헌신했다.

그는 2018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천주교 인천교구가 설립·운영하는 요양시설에 입소해 인천교구 산하의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4월 25일 선종했다.

진정인은 지난해 병원 주치의와 요양원장이 위암 진단을 알리지 않고 수술도 받지 못 하게 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인 주치의는 “위암 사실을 알릴지 원장과 여러 번 논의했으나 이를 고지했을 때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으로 상태가 악화할 것을 우려해 질병 정보 등을 고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피해자가 본인의 위암 사실을 알더라도 스스로 삶을 결정할 만한 판단 능력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없고, 피해자의 평소 건강에 대한 염려 성향을 고려한다고 해도 위암 사실이 치명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진정인은 또 원장과 주치의가 연명치료 거부 사전의향서·DNR(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가 없는 데도 치료를 하지 않고, 가족 면회를 제한함으로써 고인의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인권위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아울러 요양원장이 고인의 통장, 도장, 주민등록증 등 자산을 보관했고 보호자를 자처하며 병원 입퇴원 결정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진정도 제기됐으나 이 시설은 인권위법상 조사 대상인 노인복지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각하됐다.

다만 인권위의 각하 결정과는 별개로 인천교구는 “노인 환자 인권 보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인천교구는 결정문에서 “사제 독신제에 따라 사제가 되는 순간 가족으로부터 떠나 교구 소속으로 교구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면서도 “법률적 가족이나 본인의 동의를 서면으로 받지 않고 교구가 결정한 것에 잘못된 점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사제들의 연명치료 거부 사전의향서 작성, 가족으로부터 보호자 위임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