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성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축구선수 기성용(FC서울)으로부터 학창 시절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폭로자 측이 23일 ‘폭로 기사가 오보임을 인정하면 기성용이 사과할 것’이라는 내용의 회유와 협박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폭로자 D씨는 이날 대리인인 박지훈 변호사를 통해 최초 폭로가 이뤄진 지난달 24일 오후 중재자 E씨와의 통화를 녹음한 녹취 파일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통화 녹취에 따르면 기성용의 후배인 E씨는 D씨에게 폭로 기사가 오보임을 인터뷰 등의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인정하면 기성용이 사과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다.

E씨는 이 통화에서 “형(D씨)이 먼저 오보 기사를 내 주면 성용이 형이 형한테 통화를 하고 (나중에) 사과할 마음이 있대”라며 “(기성용이) ‘뭐 잘못한 게 있지. 내가 잘못한 게 없겠니’(라고 말했다)”면서 D씨에게 일단은 “한발 물러나 달라”고 말한다.

D씨가 못 믿겠다며 제안을 거부하려 하자 E씨는 “(사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건 제가 밝히겠다. 나를 믿어라”라고 말한다.

이날 공개된 녹취 파일 중 일부 내용은 앞서 MBC PD수첩을 통해 공개된 것이다.

폭로자 D씨와 중재자 E씨의 통화 녹취. [박지훈 변호사 제공]
폭로자 D씨와 중재자 E씨의 통화 녹취. [박지훈 변호사 제공]
[박지훈 변호사 제공]
[박지훈 변호사 제공]

박 변호사는 전날에도 “협박과 회유 전화의 증거”라며 폭로자 D씨와 E씨의 통화 녹취 일부를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E씨는 D씨에게 “(기성용이) 지난날의 과오고 이제껏 잘못한 것도 있겠지만 형도 지금 축구인이고 다 이미지가 있지 않느냐. 애들한테 사과할 수 있는데 벌써 사과하고 인정하면 다 잃는 거 아니냐. 애들이 형 지켜주려면 서로 대화라는 것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성용 측은 E씨가 기성용 측의 부탁 없이, 자발적으로 중재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기성용 측에서 이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최근까지 순천·광양 지역의 인맥을 총동원해 기성용의 동문들에게 한 명 한 명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며 회유·협박을 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에 관한 증거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기성용의 초등학교 축구부 후배 C씨와 D씨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A선수와 B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박 변호사를 통해 폭로했다.

이들은 기성용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내용상 A선수가 기성용으로 지목됐다.

이에 기성용은 폭로가 나온 지 사흘 만에 기자회견을 자처해 결백을 주장하면서 법적 대응을 시사했고, 폭로자 측은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한 달 간 이어진 진실공방 끝에 기성용 측은 전날 C씨와 D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