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밟는 경우가 가장 합당하지 않나”
양모 측 떨어뜨렸을 가능성 주장하지만
“뒤에서 둔력 작용했으면 척추도 부러질 것”
3800여 건 부검의 “지금까지 가장 심한 아동학대”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정인이가 췌장이 절단된 데 대해 재판에 출석한 법의학자가 “올림픽대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차에 치여서 췌장이 절단된 경우를 부검한 적 있다”며 “소아 부검에서 췌장이 절단된 걸 본적 없다”고 말했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35)씨와 양부 안모(37) 씨의 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는 이 사건의 췌장 파열 경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발로 밟는 경우가 가장 합당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유 교수는 지난 2001년부터 부검 업무에 종사했으며 앞서 검찰에 사망 원인 감정서를 제출했다.
장씨 측은 정인이를 들고 있다가 떨어뜨렸다고 주장하며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췌장이 앞쪽에서 밀려와 척추뼈에 낄 정도 압착이 가해지는 경우 절단이 일어날 수 있다”며 “뒤에서 둔력이 작용했을 경우 척추도 부러질 것”이라며 배 방향에서 강한 둔력이 가해졌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에 다발성 손상이 있단 점에서 (등과 허리가) 고정됐을 확률이 높다”며 “아이들은 작은 데다 움직였다면 피할 수도 있고 미끄러질 수도 있다”며 누운 상태에서 발로 밟았을 가능성에 대해 재차 진술했다.
강한 둔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졌다는 병리학적 소견도 나왔다. 유 교수는 “반복적으로 충격을 줘서 췌장에 출혈과 염증이 나고 이를 회복하는 기간에 또 외력이 생기는 과정에서 마지막에 급성 출혈을 야기하는 충격이 의심된다”며 “급성 출혈 외에도 3~7일전 손상, 1~2주 전 손상이 있었을 소견이 있다”고 했다.
앞서 오후 2시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의 A씨도 두 차례 이상 둔력이 가해졌을 거라고 진술했다. A씨는 “췌장이나 복강 내에 손상 부위에 뚜렷하게 섬유화가 있어 최소 수일 전에 아주 심각한 손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복부에 최소 두번 이상 외력이 가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2년부터 3800여건 부검을 진행했다는 A씨는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를 보이고 있었다”며 “손상 자체가 심하고 여러 곳에 많이 있어서 부검할 거의 없는 정도”라고 증언했다.
이어 “보통 사고에 의해 사망한 사례에서 멍이 몸 전체에 한두개, 학대에 의해 사망해도 5~10개 정도”며 “그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사고로 생길 수 없는 손상”라고 했다.
이날 출석한 장씨와 안씨는 정인이 부검 당시 사진이 띄워진 스크린을 등지고 앉아 한 차례도 돌아보지 않았다. 장씨는 앞선 공판과 달리 머리를 묶어 얼굴을 드러냈고 증인신문 중간중간 미간을 찌뿌리거나 손에 얼굴을 묻었다.
한편 검찰은 재판부에 장씨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보호관찰명령을 청구했다. 특이 사항이 없다면 오는 4월 7일 부검 재감정을 했던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교수을 마지막으로 증인신문이 마무리된다. 같은달 14일에는 증거조사와 피고인신문을 진행한 뒤 검찰은 최종의견과 함께 구형량을 밝히고 변호인은 최종변론을, 장씨와 안씨는 최후진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