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판결’ 후 첫 협상 테이블
SK “글로벌 소송 대응 능력 키울 것…
과도한 배상요구땐 美사업 철수”
협상재개 불구 합의금 입장차 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관련한 감사위원회의 의견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한달 남겨놓고 막판 힘겨루기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협상은 하겠지만 과도한 합의금 요구는 거부하겠다’는 SK이노베이션의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막판까지 합의금을 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 감사위원회 의견 이례적 공개=SK이노베이션이 지난 10일 개최한 확대 감사위원회는 다음달 1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을 앞두고 이사회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회의 결과 SK이노베이션 감사위원회의 공식입장은 “LG에너지솔루션 측의 과도한 수준의 합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감사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소송에서 패소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분쟁 경험 부족으로 인해 미국 사법체계 대응이 미숙했던 탓”이라는 입장을 냈다. 본질적 사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아니라 경험 부족을 강조하고 나서 앞으로도 합의금을 둘러싼 협상은 쉽지 않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이 이러한 내용의 감사위원회 회의 결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LG가 요구하는 합의금 액수가 미국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게 할 만큼 높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는 “경쟁사의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원에서 앞으로 면밀히 들여다보겠지만 사실상 SK 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할 경우 미국 사업 철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사회 내 감사위원들의 발언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협상 의지 내비쳤지만 앞으로도 갈 길 멀어=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일 ITC의 최종 의견서가 공개된 이후 콘퍼런스 콜에서 “아직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날 SK이노베이션 감사회위원회의 의견을 공개해 최종 판결 이후 LG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동시에 LG가 SK의 미국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관계자는 “최종 합의를 하게 되면 이사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이사회가 회사의 사업 상황, 소송의 본질, 양사의 주장들에 대해 냉철하게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결국 최종 협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2개 영업비밀 침해가 명백히 입증된 사안으로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손해배상을 산정 해야하며, 지급 방식은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