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 2030들 폭발 직전

정부 신뢰 송두리째 흔들려

“부동산 축적은 부의 척도...

불공정에 대해 엄청난 공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한 국민적 분노가 극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나서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2030 청년 세대의 분노 게이지는 폭발 직전에 이른 모습이다. 2019년 ‘조국 사태’, 지난해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겪으면서 불거진 공정의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11일 오후 정부 합동조사단이 내놓을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1차 조사 결과는 정부 신뢰도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A(27·여) 씨는 결혼식을 일주일가량 남겨 둔 상태에서 ‘땅 투기 소식’을 듣고 분노를 넘어 기가 찬다고 했다. A씨는 “LH 직원들이 토지 투자와 관련해 내부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거라면 증권사나 증권거래소 직원들처럼 거래 못하게 하는 게 맞다”며 “의혹 때문에 3기 신도시 청약이나 공급 일정이 밀릴 수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부동산도 결국 시장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라며 “공개되지 않은 정보로 투자한다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동구의 전셋집에 살면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 윤모(35) 씨도 최근 연이어 들리는 LH 직원 등의 땅 투기 의혹 관련 소식에 무척 화가 났다고 했다. 윤씨는 “최근 집값이 너무 뛰어 구축 아파트 매매도 어려워졌고, 청약 가점이 낮아 새 아파트는 꿈도 못 꾼다”며 “우리는 전셋값이 또 얼마나 오를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이번 뉴스를 보고 화가 나는 걸 넘어 허탈하기까지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LH 사태로 다시금 대한민국에서 ‘공정’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보듯, 현 정권은 출범 때부터 공정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권 탄생 이후 잇달아 제기된 공정 관련 이슈에 대해 현 정부나 위정자들은 깔끔하게 인정하고 털어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영업자 김모(36) 씨는 “LH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것에 대해 분통이 터진다”며 “이게 문재인 정부에서 이야기한 평등한 기회인지 다시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경기 광주시에 사는 직장인 윤모(55·여) 씨도 “중요한 정보를 보안 유지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유출하고 이용했다”며 정보 접근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정에 대한 문제가 긴 시간 동안 이뤄져 온 일이라며 ‘투명성’이라는 시대 정신을 다시 한 번 정부가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정에 대한 문제는 최근 몇 년간이 아닌 굉장히 긴 시간 진행된 일”이라며 “부동산 축적 자산이 부의 척도가 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LH 직원 등이)내부 정보를 활용해서 불공정하게 부를 축적하는데 대한 국민적 공분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기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자기가 빠진 것”이라며 “굉장히 모호하고 추상적인 가치인 공정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시대 정신은 투명성”이라며 “정보화 사회에서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에 투명성에 가장 위해가 되는 존재는 정보를 독점하는 정부”라고 덧붙였다.

신상윤·주소현·강승연 기자